나, 일상, 삶, 그리고...

큰오빠 내외에게 부침!!

오애도 2003. 4. 18. 03:28
큰오빠의 막내 백일 잔치에 갔다 왔습니다.
종일 설거지를 하거나 투덜대거나 했습니다. 설거지따위야 투덜댈 꺼리도 안됐지만 여자 생각은 안 하고 이렇게 큰 일을-100명 넘는 손님 접대- 부득불 집에서 하겠다고 우기는 큰오빠한테...

이제 막 백일이 지난 아이는 천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셋이나 있는 손위 언니들의 눈짓이나, 우리 장군감하는 할머니 말씀이나,이구 이쁘구나 하는 늙은 고모의 말에도 벙긋벙긋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다른 건 다 때려치고도 예쁜 딸이나 하나 낳아 키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울 큰오라버니는 딸만 넷입니다.
막내로 태어난 울아부지가 큰댁으로 양자를 간 탓에 졸지에 종갓집의 맏며느리가 된 큰 올케는 나보다 나이가 넷이나 어립니다.
그럼에도 늘 나보다 생각하는 것은 어른스럽고 선량하고 마음의 키는 훨씬 큽니다.
가끔 나이나 학력이나 집안따위를 초월해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겨우 49kg 밖에 안 나가는 큰 올케를 볼 때가 바로 그랬습니다.

어차피 인간인 탓에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고 그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돌아가시지 전 울아부지나 이제 늙고 기운없는 울엄니한테는 싸가지 없는 딸보다 훨씬 나은 며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게 묘해서 자신이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있는데 하기 싫어하면서도 남 잘 하는 것을 우습게 여기는 인간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고 노력이나 교양이나 배움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이 선천적인 선량함입니다.
그것은 어설픈 선량함이나 반대급부를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터미널까지 나를 실어다주는 큰오빠에게 말했습니다.
오빠는 이제 운 트인겨!!
딸 넷이 그렇게 반듯이 자라기도 어려울 걸!!
이제 겨우 만 세살인 세째가 씩씩하게 혼자서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여우처럼 유치원 가는 모습을 좀 봐.... 그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겨...
그깟 잘난 아들 열보다 훨씬 나은겨...

그것은 단순히 조금은 아들 없어 서운해 하는 큰오빠를 위로하기 위한 정치성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설명할 순 없지만 딸만 넷인 울 큰오빠 집엔 말없이 따스하고,한없이 푸근하고,측량할 수 없는 화목한 미래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건 논리적으로 셜명할 수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선명한 예감입니다.
나의 아주 오래된 경험으로 그 예감은 늘 맞아 떨어집니다.
좋은 마음에 좋은 미래가 깃든다...
내가 믿는 내 나름의 격언입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나는 믿습니다.
자식은 전생의 내 부모였다는 말을...
그리고 현생의 부모에게 가는 마음이 지금 내 자식에게 그대로 간다는 것을...
아이도 안 낳아 봤고 결혼도 안 해 봤지만 안 해보고도 그 정도는 압니다.
결혼 해 아이 낳고도 그 간단한 논리조차 모르는 인간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울큰오빠의 딸딸딸딸이 아빠로써의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울 큰올케한데...
그 딸들 모두가 언젠가는 누군가의 선량한 아내, 고운 며느리, 현명한 엄마,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훌륭한 인간-!!-이 되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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