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일 집안 정리를 했습니다.
주로 뒤죽박죽된 서랍정리가 주였지요.
내가 좋아하는게 서랍이랑 튼튼한 다리 달린 묵직한 책상이라고 얘길 했었는가요?
무엇이든 함부로 꿈을 꾸지 말라는 걸 실감하는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느을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돌아보니 책상 홍수에 서랍의 범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책상은 무려 다섯 개쯤 있는데 원래 있던 컴퓨터 책상을 광목천 씌워서 침대 머리맡 탁자로 쓰고 있는데 이게 아주 유용합니다. 키보드 놓는 곳엔 자기 전에 쓰는 일기라든가 가계부라든가 뭐 이런 걸 넣어놓고 그 밑에 프린터 놓고 쓰는 곳엔 최근 읽는 책 몇권을 세워 놓거나 연필통 혹은 티슈상자 같은 걸 놓아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발 집어넣고 침대에 걸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셔도 좋지요. 위에다 푸른 잎의 나무나 스탠드 하나만 올려놓으면 그게 아무도 회색의 볼품없고 대단히 비 정서적인 컴퓨터책상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 컴퓨터 책상이 이렇게 머리맡 탁자로 변신한 것은 길에서 주워온 브랜드표 컴퓨터 책상에게 본래의 역할을 물려준 탓인데 이게 거의 새거나 다름 없습니다. 아주 산뜻하니 이쁘구요.... 그리고 당연히 그 옆에는 내가 10년 가까이 써오는 오래되고 튼튼한 그야말로 다리만 넷 달린 책상이 길게 누워있습니다. 나머지 둘은 하나는 알라들 공부할 때 쓰는 커다란 사무실용 책상입니다. 너무 넓어서 하나는 접어서 세워놓고 하나만 씁니다. 하여 이렇게 책상이 많습니다.
근데 사실 지난 주쯤 할인매장엘 갔었는데 거기에 상판은 얇지만 날렵하게 좁다란 다목적 테이블이 단돈 29,000에 팔리고 있길레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저걸 사다가 식탁으로 쓰면 좋을 것 같네. 저기다 행운목이나 올려놓고 가끔 노트북-없다-올려놓고 우아하게 작업-??-도 하고... ' 후후. 생각은 굴뚝같아서 한참을 살펴봤지만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테이블 여섯 개를 좁은 집에 늘어놓는다는 것은 가히 엽기적인 일일테니까여.
하지만 엊그제 다시 가 보니 그걸 안 팔더군요. 어제 부엌 정리하면서 다시 생각이 났는데 부엌에만 유일하게 테이블이 없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좀 아쉽던걸요. ^^;;
그 다음은 서랍입니다. 안방에 서랍장이 두 개인데 하나는 당연히 화장대겸용으로 쓰는 큼지막한 서랍장이구요. 이건 모두 여덟개의 서랍이 달려있습니다. 하나는 길쭉하게 다섯개짜리 캐쥬얼한 서랍장인데 서랍이 가벼워 자주 쓰는 물건들을 넣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차마 장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나무로 된 전화 받침대로 이것도 쬐끄만 서랍이 네 개 있습니다. 그 외에 장롱 안에도 두어 개 있고 당연히 부엌 싱크대에도 신발장에도 그리고 시디 꽂이에도 하물며 조악한 보석함에도 서랍들은 줄줄히 달려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서랍이 많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없어서 집안이 나름대로 정리되어 보이는 잇점이 있는데 문제는 각 서랍을 특성화 시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되 버린다는 것입니다.
하여 어제 종일 큰 서랍장의 윗 서랍을 깔끔하게 화장전용-그런 게 있나??-으로 정리해 놓고 그 밑 서랍은 전용의 보조 서랍으로 정리하고 다시 그 옆의 깊은 서랍은 길다란 화장품 넣 노는 것으로 어쩌구 저쩌구 특성화를 시켜놨습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서랍들을 어떻게 특성화 차별화 개별화를 시켜야될지 헷갈리고는 있지만 그리하여 남아도는 몇개의 서랍과 중복되는서랍들이 있게 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보니 역시 서랍도 자주 여닫지 않으면 쓸쓸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화장대용 윗서랍을 말끔히 정리해 놓고 자주 쓰는 키낮은 화장품이며 이런 거를 넣어놓고 그런대로 자주 열다보니 그 나름의 온기나 뭐 이런게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예전엔 그 서랍이 좀 빡빡해서 잔뜩 잡동사니 넣어놓고 여닫기를 안 했거든요. 그리고 역시나 자주 여닫지 않는 묵은 잡동사니 넣어놓은 다섯번째 서랍도 입자 작은 쓸쓸합과 적막이 늘 여닫는 속옷 넣는 서랍보다는 동동 떠다니는 것입니다.
컴퓨터 수리 맡기고 나서는 작은 방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역시 그 며칠 사이에 그 방엔 제법 입자 큰 적막과 쓸쓸함이 떠돌더란 말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마 비어있는 방 많은 넓은 집에서는 결코 못 살거 같은 느낌이... ^^
하여 아직도 적막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서랍이 꽤 여러개 있습니다. 열어보면 물론 잡동사니들로 차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것들은 그저 온기없는 사물일 뿐입니다.
어쨌거나 사람이건 서랍이건 그리고 물고기 자라는 어항이건 사람의 손길이나 관심이 없어지면 쓸쓸하고 적막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하여 묵은 서랍을 열어보십셔. 그래서 거기에 깃들었던 마음의 위치라도 한 번 쯤 추적해 보는 것도 재밌겠지요.
그건 그렇고 여전히 서랍들을 어떻게 차별화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난 선반도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푸하하하.
사족:: 컴 복구되었습니다.
앞으로 자알 쓰겠습니다. 공수표-??-가 날아가도 화들짝 반가워하시는 님들 감사합니다.
참... 위에 얘기한 컴 책상의 변신 차후에 사진 올리겠습니다. 기대하시라 짜잔!!!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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