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칼럼에 관한 소고!!

오애도 2002. 6. 3. 08:52
지난번에 얘기 했듯이 칼럼을 시작한지 일년이 막 지났습니다.

Column이라는 의미를 사전을 찾아보니, 의미가 기둥, 원주,종대, 열, 후원회 뭐 이런게 앞에 쭈욱 나와 있고 맨 마지막에 (신문의)특약 정기 기고란(시평, 문예란 오락란 따위) 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이 여섯번째 의미가 여기에 쓰는 칼럼이라는 의미에 그런대로 부합되는 것이겠지요.
신문도 특약도 아니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올린다는 의미로 칼럼이라는 장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의미 빼면 이게 정말 소위 칼럼이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쓰는 글의 장르는 칼럼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서 분류되어서 그렇지 본래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사이비 국어선생인지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사실 칼럼으로 불리기보다는 그저 소소한 생활속의 이야기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거 쓰면서 가장 갈등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칼럼이 아니고 신변잡기에 불과하다는 생각-

가끔 다른 칼럼에도 들어가 봅니다.
그 중에는 참으로 본받을 만한 열정으로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살려 칼럼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빛나는 필력-??- 이 드러나 있는 칼럼이 있는가 하면, 칼럼은 아니고 무슨 게시판처럼 잔뜩 다른 사람의 좋은 글과 그림과 음악을 걸어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델 갔다 오면 그런대로 위안을 받긴 합니다. 적어도 나는 시커멓게 글씨를 써내려간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

오늘 수업 중에 바른 말과 좋은 글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잘못된 구절들과 문장들을 설명하면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칼럼입니다.
누가 뭐라든 그 나름대로 대중을 향한 글쓰기-??-를 하면서 과연 나는 제대로 쓰고 있는가하는 것이었지요.

언젠가 소위 매거진 추천 칼럼이라는 것이 되어서 지면-??-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칼럼에서 추구하는 바가 뭐냐고 물었을 때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이라는 의미는 반듯한 문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었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나는 반듯한 문장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혹 지나치게 내용이나 수사에만 치우쳐 눈에 보이는 비문(非文)을 간과해 버린 것은 아닌지...

어느 땐 가끔 한밤중에 글 올리고 아침에 읽어보면 낯이 뜨거울 만큼 형편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치 밤중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읽었을 때의 느낌처럼 말입니다.

첫호의 약속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드는 밤중입니다.
'가뭄에 내리는 비처럼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 했었는데 말이지요.
지금 같았으면 좋은 글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쨋거나 함부로 '좋은 글'을 쓰겠다고 건방을 떨면 안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게 쓰고 싶다고 써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대신 틀리지 않은 글을 쓰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