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며칠이었습니다.
마음을 긁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활짝 마음을 밝게 만드는 일도 없었습니다.
신경숙의 소설이던가요. 거기서 남자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이야 하고 무료하게 말했다고 해서 문득 소스라쳐 놀라는 여자 주인공이 똑같이 다른 남자에게 같은 소리를 하는 장면이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잖아' 하고 생각하다 떠오른 소설의 한 장면입니다.
그 소설에서 묘사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에 대한 인식은 삶에 대한 무료함, 더 나아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상대방에 대한 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별거 아닌 것을 갖고 호들갑이군 하는 생각을 했었던 탓에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요즈음 내 나날들이 거기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스럽게 무료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평화로운 것인지 심드렁한 것인지 모를 만큼 아무 느낌이 없다는 것이지요.
매일 매일 스물 네시간 씩을 살았고, 여전히 혼자 있었고, 여전히 누군가를 매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전히 신문이나 티비 따위를 보며 새로운 소식들을 접했고, 여전히 새 책을 읽었고, 새 옷이거나 가방, 혹은 식품같은 새 물건들을 샀고, 새 영화도 봤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가끔 나도 생소한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일기장을 앞에 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우겨대는 아이처럼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은 그저 아무 생각이 없이 살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무료하다거나 지겹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것도 처음입니다.
사실 이렇게 칼럼 올리는 것조차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도 사는 것인지 잠깐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길 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 일이 아니라 무슨 일에 속하는 것인가요?
이래저래 난해한 일상입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길 하는 무슨 일 있는 아침입니다.
커피가 맛있습니다.
마음을 긁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활짝 마음을 밝게 만드는 일도 없었습니다.
신경숙의 소설이던가요. 거기서 남자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이야 하고 무료하게 말했다고 해서 문득 소스라쳐 놀라는 여자 주인공이 똑같이 다른 남자에게 같은 소리를 하는 장면이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잖아' 하고 생각하다 떠오른 소설의 한 장면입니다.
그 소설에서 묘사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에 대한 인식은 삶에 대한 무료함, 더 나아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상대방에 대한 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별거 아닌 것을 갖고 호들갑이군 하는 생각을 했었던 탓에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요즈음 내 나날들이 거기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스럽게 무료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평화로운 것인지 심드렁한 것인지 모를 만큼 아무 느낌이 없다는 것이지요.
매일 매일 스물 네시간 씩을 살았고, 여전히 혼자 있었고, 여전히 누군가를 매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전히 신문이나 티비 따위를 보며 새로운 소식들을 접했고, 여전히 새 책을 읽었고, 새 옷이거나 가방, 혹은 식품같은 새 물건들을 샀고, 새 영화도 봤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가끔 나도 생소한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일기장을 앞에 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우겨대는 아이처럼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은 그저 아무 생각이 없이 살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무료하다거나 지겹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것도 처음입니다.
사실 이렇게 칼럼 올리는 것조차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도 사는 것인지 잠깐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길 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 일이 아니라 무슨 일에 속하는 것인가요?
이래저래 난해한 일상입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길 하는 무슨 일 있는 아침입니다.
커피가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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