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영화 이야기. 두번째...[슈렉] 그 엽기적인 사랑스러움

오애도 2002. 5. 10. 23:39
햇볕 쨍쨍한 날. 배부른-임신-친구와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1회걸 봤는데 영화관은 그야말로 한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우리를 포함해 총 관객수는 여섯 명이었습니다.
이런걸 하루키 말을 빌리면 핵의 겨울적인 영화관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트는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팔뚝을 문지르며 유쾌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엽기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슈렉을 봤습니다.
하이고..... 아무리 패러디와 엽기가 횡행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신랄하게 우리가 믿고 있는 환상들을 비틀던지, 우리는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킬킬 거렸습니다.

못생기고 괴기스럽지만 순진하고 귀여운 슈렉은 어쩌면 비쥬얼이 제 일의 가치가 되버린 이 시대의 소외된 존재들을 대변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갖고 있는 콤플렉스로 인해 혼자 외롭게 늪지대에서 살아갑니다. 외로움은 그의 친구이고, 적막은 그의 평화가 되어 있습니다.
그에게는 환상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속 주인공 인물들이 그의 늪지대로 몰려왔을 때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들을 쫓아내고 다시 늪지대의 평화를 찾는 것.
그리하여 그는 공주를 구하러 떠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그가 비트는 동화적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라 가면서 끝을 맺습니다.
결말 역시 우리가 믿고 있는 동화적 환상-해피엔드-을 깨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 형태에 있어서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음... 식스 센스 이후로 극적인 반전이 영화에 있어 새로운 유행처럼 된 듯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의외의 결말 말입니다.

어쨋거나 아주 유쾌하고 머릿속 비워놓고 웃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의 상대성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한해서입니다. 우락부락한 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유치한 애들 영화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또 슬프기도 합니다.
감동도 테크놀로지에 의해 조정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진짜처럼(실사) 아름다운 화면을 보면서 느끼는 허전함과 쓸쓸함이었습니다.

사족: 그런데 아이들은 이영화의 심오한 주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