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우중충한 무쇠의 날 한낮에... 이런 저런 생각.

오애도 2002. 5. 10. 14:04
겨우내 입던 오리털 잠바를 빨아 널었는데 날씨가 여엉 꾸물꾸물 합니다.

봄비가 너무 잦은 것은 씨잘데 없는 것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 여러 개의 씨잘데 없는 것에는 지어미 손 큰 것. 어린애 입 잰 것. 돌담 배부른 것. 사발 이 빠진 것. 노인 부랑한 것. 중 술 취한 것등이 있다는데 곰곰 생각하니 하나도 틀린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봄비 잦은 것은 왜 쓰잘데 없는 것인지 이해가 잘^^;;......

요즈음 제가 병든 닭 꼴입니다.
집에만 들어오면 실실 침대로 가서 어느 땐 세수, 양치질 이런거 하나도 안하고 쿨쿨 잠들어 버립니다.

당연히, 신비주의자인 나는 울아부지 돌아가시믄서 성질 더러워 잠자기 어려운 못된 딸의 불면증 아닌 불면증을 가져가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그래도 엊그제 바쁜 며느리 도와주러 오신 울엄니. 종일 아기 업어 주시는 것 보고 허리 안아프시냐고 했더니 왈, 아부지가 내 몸 나쁜 것은 다 가지고 갔을겨...
크리스찬 아니지만 '아멘'입니다. ^^

어버이날 전 날 백화점에 갔다가 아부지 입으시면 잘 어울릴 것 같은 티셔츠를 봤습니다.

아직도 나는 아부지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울아부지 좋아하시는 셔츠를 보고 그걸 사 가지고 갈 의미, 의욕,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아부지의 부재를 느낍니다.

일년이면 몇 차례씩, 아부지한테 어울리는 티-?-나 하나 사와라... 하셨거든요.
작년 어버이 날에는 분홍색 셔츠를 사 드렸었는데 올 해는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왔습니다.

금방 빗방울이 떨어져 내릴 듯 합니다.
널어 놓은 빨래나 걷어야겠는 걸요.
그리고 점심으로 물냉면이나 해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