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정기 검진.
역시 나무랄 데 없는 혈액수치다.
주치의 면담은 역시 20초도 안 걸린 듯...
아무 문제 없어요. 3개월 후에 오세요. 유전자 검사도 깨끗합니다.
3년 지나서-다음 검진날은 3년이 넘은 날이다-앞으로는 유전자 검사는 안 하고 혈액 검사만 할 거예요.
지난 번보다 백혈구, 호중구는 꽤 올랐고 혈색소는 조금 내렸는데 혈소판은 또 올랐다. 면역수치가 오른 건 머릿가죽 아파서인지도 모르지만 저 정도면 정말 이상적인 수치다.
잠 때문인지 아니면 고기 대신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져서인지 총콜레스테롤과 공복혈당도 조금씩 올랐다.
흠...
어쨌거나 정기적으로 병원엘 다니다보니 이런저런 수치들과 그 변화를 알게 된다. 그 수치의 변화에 맞춰 몸 상태를 비교해 보면 몸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쉽다.
그러나 그게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치료 중에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느라 그렇겠지만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 쓸데없이 예민해지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 건강하게 만드는 곳은 아니다.
병 치료가 끝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각자의 노력이고 몸이 갖고 있는 착한 회복력을 믿어주고 북돋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게 지나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 집어 먹으며 쓸데없는 걱정과 조바심을 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좋은 약도 대단한 건강식품의 효능도 한큐에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지나친 스트레스이다. 그게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어쩌면 암세포가 생겨나는 것도 그 스트레스에 대항하느라 몸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면역작용의 과부하 때문인지도 모른다. 몸은 힘듦을 견디기 위해 더 강한 세포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강하다 못해 불멸불사의 세포가 돼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암세포를 키우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인지도 모른다. -코페르니쿠스적으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군!! ㅋ-
못 먹고 살던 시절엔 영양결핍으로 건강하지 못했다면 지나치게 잘 먹고 살게 된 지금은 암환자들이 좀 과장해서 두 집 건너 한집에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잘 먹어서 면역력 키운다는 말은 정말 맞는 걸까?
뭐 결론은 병을 안 걸리게 만드는 게 면역력이 아니라 병이 걸려도 쓱싹 쉽게 쳐부수는게 진짜 면역력이다. 싸워보지 않은 군사가 어찌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흠...
어쨌거나 병원 정기 검진 가면서 나는 늘... 이번엔 얼마나 좋아졌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갔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배신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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