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올해 마지막 병원행
면역력도 짱짱하고 혈소판 수치도 아주 이상적이다. 사실 더 바랄 게 없는 수치인데 병력이 없는 사람도 저 정도면 꽤 이상적인 수치다.
그리고... 다음 정기 검진은 4개월 후로 잡혔다. 다음 해는 6개월 텀일 거고 그 다음엔 일년... 그 후엔 관찰이 필요 없겠지.
올해로 발병과 치료한 지 만 3년이다.
관해되고 병원에서 퇴원했던 날이 10월 13일...정말 꽈악 채운 3년이다.
아직도 주위에서는 건강을 조심하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데 나는 뭐... 갠찮어. 조심해서 되는 일도 아녀... 하믄서 넘어간다.
어쩐 일인지 늘 문제였던 총 콜레스테롤이 뚝 떨어졌고-물론 높다고 별로 걱정된 적도 없다.- 그 덕인지 부쩍 흰머리가 늘었고-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 한번도 흰머리 염색을 해 본 적 없다- 크게 문제 없던 시력이 자주 침침해지거나 책에서 좀 엷은 색으로 깨알만하게 달린 주석이 쉽게 안 읽혀진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고지혈증이고 혈액속 콜레스테롤은 성인병의 원흉인데 그럼에도 난 혈압도 늘 정상이고 혈당도 늘 문제 없고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쑤시거나 피로해서 갤갤거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누가 뭐라든 난 그게 적당히 높은 콜레스테롤 덕이라고 믿고 있다.
흠... 그런 의미로 보면 정말 총콜레스테롤이 높은 게 반드시 약을 먹을 먹어 낮춰야 할 만큼 부정적이기만 한 걸까?
뭐 물론 오래 전에 담낭을 제거했고 눈꺼풀 위에 황색종이 생기긴 했지만 살면서 크게 지장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다고 의심 없이 믿었던 것들의 이면엔 얼마나 다양한 의미들이 숨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다만 간수치가 이전 보다 두 배 정도 뛰어 표준에 약간 오버되어 빨간색이 되었는데 그건 검사 전 며칠 동안 생전 처음 먹어본 공진단 덕일 것이다. ㅋ
강력한 효능이 있는 약-??-이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강력한 데미지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허구한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비싸다!!!- 내 간이야 담낭 제거한지 7년이나 되었지만 별 문제 없이 늘 수치가 청정했고 흔한 a형 간염 항체도 없을 만큼 튼튼하고 착하다.
어쨌거나 나는 사실 건강 염려증같은 것은 1도 없다. 게다가 염려하고 동동거린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믿고 있을 정도로 그런 조바심에는 굉장히 시니컬한 인간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나는 감사하게도 참으로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 몸에서 일어났지만 그래도 무시무시한 암세포조차도 토닥토닥 잘 다스리고 있잖은가. 하하하!!!
주어진 것에 대한 믿음과 감사만큼 강력한 항체는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하며 반백년을 넘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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