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6주만에 병원행.
역시나 전혀 문제 없는 혈액 수치...
유전자검사 결과도 깨끗하고 아무 문제 없어요. 다 좋아요.
30초도 안 걸린 주치의 면담 끝에 나오려다 내가 물었다.
사실 베사노이드 여덟번 먹었는데 그게 계산상으로는 2년 아니냐고...
어, 그렇네요 허허. 정확하게 계산하고 계시네... 그래도 한 번은 더 먹고 그 다음부터는 3개월에 한 번 오시면 됩니다.
먹으라면 먹어야지요... 허허. 속으로만 대답하고 나왔다.
2년 전 관해 후 퇴원 이래로 맹세코 나는 단 한번도 병원행이 우울하거나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
굴지의 3차 병원이라서 분명 대부분의 환자들이 중증임이 분명한 그 사람들에게 늘 미안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후유증이라면 아주 가끔 골수검사 자리가 뻐근하게 쑤시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장골에 들어간 주삿바늘 구멍이 덜 막힌 걸까? 아니면 두번 째 골수검사 때 영 다른 곳을 찔러서 잠깐 고생했는데 그때 이상한 데를 건드렸나... 하는 의문. ㅋ
뭐 여하간 이만하면 나무랄 데 없는 과정이다.
한동안 시험공부-??- 할 일이 있어서 경황도 시간도 없었다.
시험은 보기좋게 떨어졌고-??- 그래도 시험은 시험인지라 기분이 영 별로다.
떨어진 결과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예전의 총기가 폭삭 삭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그 시험은 늘 볼 때마다 1등 아니면 2등이었는디... ㅋㅋ
항암 주사 네 번 맞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킬킬 했지만 그리도 달 반 정도는 또 충실히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다만 이번엔 거의 매일 약속에 방문에 급작스러운 일들에... 귀신 붙었나 할 정도로 일이 생겼다.
나는 사실... 물처럼 고요하게 사는 인간이다.
사람들 만나면 자알 유쾌하게 떠들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서 곰실곰실 '나'와 내면의 대화를 할 뿐이다.
누군가를 만나자고 먼저 전화하는 일도 없고 괜히 전화 걸어 수다 떠는 일도 없는 어찌 보면 히키코모리 급...으로 조용히 지낸다고 할 수 있다.
뭐 요즘이야 매일 몇시간씩 꼬마 아이와 지내는 시간 덕에 무릎 밑으로 내려가 있는 수준의 대화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ㅋ
어쨌거나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불순한 세력-??-이 있나 싶을 정도로 번잡했는데 뭐 그건 핑계고 시험지 받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하하.
마음 먹고 놀겠다고 결심했던 2년 유지치료 기간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 참으로 시간은 쏜살이다.
그동안 밥을 버는 일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진심으로 놀겠다고 별렀는데 뜻하지 않게 밥을 버는 일-??-도 하게 됐다. 어쩌면 그렇게 마음과 생각을 비워내고 덜어내야 채워지는 게 일상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밥을 버는 일'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안 해도 괜찮지만 하면 더 즐겁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흠... 그건 그렇고 정해 놓은 2년이 지나면 이제 뭔가 진지하게 '일'을 해야 할 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퇴화해-??-가는 머리를 어찌해야 하나. ㅋ
바삭바삭 덜그럭덜그럭 쇠퇴해 가는 머리와 몸 때문에 우울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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