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8차 유지치료

오애도 2019. 10. 16. 12:52

어제 6주만에 병원 행.

 8차 유지치료...

보름 동안 베사노이드 먹기

6주 전보다 조금씩 오른, 참으로 경탄할 만한-??- 혈액 수치다.

 역시 30초도 안 걸린 주치의 면담.

나오자마자 교수님이 날 싫어하는 모양이라고...했더니 담당간호사가 눈이 동그래져서, 왜요?

날 보자마자 나가라고 하시던데요. 허허허.

  분위기 심각하고 무거운 혈액내과 진료실 앞에서 담당 간호사한테 흰소리 시전.

그 외에 혈압도 지극히 정상이고 공복 혈당도 대단히 안정적- 조금씩 살이 내리고는 있지만 난 여전히 고도비만이고 포화지방을 잔뜩 먹으며 소금을 두려워하지 않고 먹음에도 불구하고... -

어제 오늘 두 번 약 먹고 약간의 두통... 발현.

지난 번에 하루 정도 두통이 있었고 입술 껍질도 거의 안 벗겨졌었다.

2년 유지치료고 3개월에 한 번씩 먹는다는 계산으로는 여덟 번째인 이번이 마지막일 텐데 내년까지 한두번 아직 더 남았단다. 흠... 뭐...

ATRA는 말이 항암제이지 고용량의  비타민A 유도체로 황제내경에도 언급이 돼 있다니까 단순한 화학재제와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역시 내뇌피셜이다.ㅋㅋ




2년 전 처음 입원해서 이틀을 응급실에 있었다. 당장 죽거나 위급한 상태는 아니어서-이전에 영동세브란스에서도 일주일 동안 베사노이드랑 가끔 수혈 외엔 본격치료도 안 했음- 넓은 응급실 끝쪽에 침상을 배치해줬는데 손등에 주삿바늘 하나 꼽은 거 외엔 정말 멀쩡한 환자였다. 왼갖 내과 응급환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나는 날건달처럼 위에만 환자복을 걸치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베사노이드는 반드시 식사와 함께 먹어야 효과가 더 있다는 복약지의 지도에 충실히 따르느라 나는 응급실 앞에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국밥을 아침 저녁 다른 종류로 사서 저기 저 벤치에 앉거나 지금은 치워진 야외용 테이블에서 혼자서 꾸역꾸역 먹었었다.아침엔 미역국밥 저녁엔 북엇국밥...

응급실에는 식사 제공이 안되니까 그렇게 여섯 끼를 때웠었다.

 어제 나는 채혈을 해 주고 진료 전까지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햇빛 따뜻한 벤치에 앉아 있었다.

10월 13일은 아산병원에서 한달 만에 퇴원한 날이기도 했다.

가을의 초입에 입원해 가을의 복판에 퇴원했던 터라 유달리 상념이 많다.

그 때의 햇볕과 오늘의 햇볕은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그때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느라 찬란했었고 오늘은 그 희망의 자리라서 찬란한...

햇빛 따뜻한 곳.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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