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쇠고 돌아와 한가한 오후...
이틀 전까지 썩 좋지 않던 컨디션이 90프로 회복된 걸 보면 수치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겠지.
컨디션이 좋아져서 새벽부터 읽기 시작한 책.
백혈병에 관해 공부하다보니 이것저것 여러 분야가 굉장히 재미있어졌다.
특히 유전자에 관한 것이 흥미로워서 좀 더 공부를 해 볼 생각.
퀴리 부인은 어릴 때도 읽고 지난 번에도 대충 읽었는데 연구하면서 오랫동안 딸 이렌도 그렇고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게 새삼스럽게 생각나서 다시 읽고 있다.
그나마 확실한 백혈병 발병 요인이 방사능 피폭...인데 아직도 나는 내 발병원인이 궁금하다.
대부분이 그저 우연이라는데 대체 내 15번과 17번 유전자를 바꿔치기 당한 이유가 무엇일까.
토마스 쿤의 책은 지난번 제자와의 대화에 등장해서 다시 읽고 있는 중. 이전에 읽었던 게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ㅋ. 항암제의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크게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읽었거나 설렁설렁 읽었거나... 패러다임 이론에 대해서만 대충 감 잡고 넘어갔던 기억.
아프고 난 후 말랑말랑한 책만 간신히 화장실에서 읽다가 딱딱하지만 명료한 문장의 글을 읽자니까 찬물로 확 머리를 적시는 기분이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물리학이나 생물학 이런 걸 공부해도 재밌을 듯... 흠...
침대 끝에 앉아 넓은 책상에서 차를 마셔가며 책을 읽자니 오 소중한 평화~~ 같은 생각이 든다.
머리가 많이 맑아졌다. 항암제가 대부분 빠져나갔으리라.
지난 번에 김밥 싸고 남은 당근과 시금치를 없애기 위해 잡채를 했다.
양을 적게 하면 굉장히 맛있게 된다는...
한 개 남은 당근을 위해 다시 김밥을 싸야겠다. ㅋ
엄니 살아계실 때는 하룻밤을 자도 엄니 계신 집은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니 안 계시니 큰오라버니 집은 내집은 결코 아니고 남의 집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그렇고 형제라는 것은 남이 되는 것의 시작이라는 말을 늘 실감한다.
다음부터 명절엔 그냥 안 가는 걸로... 그런데 희한하게도 갔다오면 혼자 살아서 참 좋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ㅋ
아무래도 혼자 사는게... 팔자여~!!!
따뜻한 밥 해서 청국장 끓여 먹어야지.
아니면 실실 나가서 피자나 한판 사올까?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서 축복같은 날들... (0) | 2018.02.25 |
---|---|
주저리... (0) | 2018.02.21 |
사진... (0) | 2018.02.03 |
딱!!! 이만큼만... (0) | 2018.01.22 |
중심정맥관-히크만 카테터-하고도 잘 지내는... (0) | 2018.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