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대전에 다녀왔다.
한참만에 고속버스 타고 달리며 들판이며 산을 보니 굉장한 감회가!!!!
결혼식 끝나고 대전 사는 오랜 친구랑 만나서 교외로 나갔다. 밤 늦게까지 나를 위해 차를 운전하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날씨도 따뜻했고 친구랑 조근조근 얘기하며 다니는 것도 좋았고, 모처럼 친척들 만나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 그것도 기뻤다. 웬 모자를 쓰고 있냐고 물으면 제가 백혈병이예요. 하하하. 말했고, 에고 아퍼서 어쩌냐... 걱정하는 어른들한테는 , 다아 나았어요. 엄니가 쉬라고 선물 준 거예요. 하하하. 했다.
흠... 너무 잘 먹어서 다시 토실토실 살 오른 내 모습.
내 소중한 친구 복자
일요일엔 오랜만에 제자가 찾아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갔다. 피자를 시켜놓고 다양한 주제로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 건강과 의학과 철학과 인문학과 경제와 왼갖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다보니 나중엔 너무 많은 주제를 얘기해야 되니 짤라서 얘기하자며 15분씩 타이머를 맞춰 놓더라는...
공대 출신의 제자답다.
대학 입학할 당시에 가고 싶다던 첨단 관련과 대신 고대-高大- 물리학과 선택을 했을 때 기초과학은 지금은 거의 고대 -古代- 학문 아니나며 에인션트-古代 ancient- 물리학이라고 웃으며 종종-물론 지금도- 놀렸었다. -고대 물리학과나 기초과학 분야 폄훼할 생각 아님 ^^-
그 친구와 수업하면서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성향이란 게 뚜렷한 것이구나를 실감했다는...
야~ 이건 정말 알.쓸.신.잡 뭐 이런 거 아니냐? 하하하.
근데 선생님은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그럴리가...
대학도 졸업하고 대학원도 졸업하고 해외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이 실렸다고 애를 낳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남자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하며 보여주기도 하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차근차근 계획한 대로 실행해가는, 비록 내가 어른이지만 본받을 만한 제자다. -사실 대부분의 제자들이 나보다 훨씬 성실하고 착한 인물들이다.-
피자 드시고 싶으시면 언제든 저를 부르세요~~ 하고는 돌아갔다.
반갑고 고맙고 착한 제자다.
내일 집중치료 마지막 항암 하는 날. 컨디션은 이렇게 최상이다.
원래 백혈병 공고치료라는 게 정상을 만들어놓고 다시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를 세 번 하는 것.
집중치료 끝나고 2년 유지치료도 잘 끝나고 딱!!!!! 이만큼만 행복하고 편안하고 기쁘게 마지막까지 지내다 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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