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한테 다녀왔습니다.
한달 전 쯤 병원에 다녀올 때보다 더 참혹해지신 엄니... 사람이 저렇게 단시간에 마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작아지셨습니다. 청주로 가신 이후로 내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지난 번에 엄니한테 다녀오고 나는 3주쯤을 심하게 아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울엄니가 예방약이었던 모양입니다. 보름간을 사흘에 한번씩 병원엘 다녔지요. 모든 면역체계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는지 기관지염에 천식에 위염에 불면에 식도염 하다못해 손가락 습진까지 한 달이 지나도 낫지를 않습니다.
머리털 나고 신경안정제 먹으며 잠을 청해보기도 처음입니다.
2박3일 엄니랑 있는 동안 혼자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게 무슨 눈물보가 터졌는지 엄니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멍한 엄니 눈동자가 슬프고 밤에 아프다~고 혼잣말 하시는 것도 슬프고 삼키는 게 힘들어 음식 입에 물고 고집스럽게 계신 것도 아픕니다.
엄니랑 있으면서 히히 킬킬 실없는 소리를 끊임없이 하다가 그만 울컥해져서 엄니 안고 말했습니다.
엄니...보람없이 왜 이래요. 정말 보람없이 슬프네.... 정말 보람없어. 기운 빠져...엄니. 엄니는 가만히 나를 보십니다. 나는 엄니 얼굴 쓰다듬어 봅니다.
엄니 잘못했어요.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엄마 잘못했어. 가끔 엄니한테 화 낸거 미안하고 댁댁거린 거 잘못했어요. 그러니 그런 거 기억하지 말아요. 그런데 엄마 이러고 가시면 너무 억울하잖어. 슬프잖어. 나랑 한 게 아무것도 없잖어. 여행 한 번 가 본적도 없잖어... 그러니 엄니 나아요...
그렇게 가능성 없는 주문하는 나를 엄니는 입끝을 툭 내리시면서 가만히 바라보셨습니다.
그날 밤 엄니가 뒤척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아프다... 나 좀 안아줘...
서울로 오는 길에 친구가 밥을 사주겠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사실 어릴 때 엄니와 헤어져 계모밑에서 자란 친구입니다. 엄니 말만 해도 줄줄 울어대는 날 보며 그 친구는 자식으로 가져야하는 엄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없어봐서 내가 부러울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럴 지도 모르지요. 세상이란 게 그러나 공평해서 나는 엄마로서 가지는 자식에 대해 등줄기 아리는 느낌을 결코 가져볼 수 없잖어. 대신 이제 늙고 아프신 엄니는 내게 자식 같은 걸....
친구가 말했습니다.
언니의 휴머니즘으로 보면 언니가 엄마 때문에 글케 아픈건 아마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엄니가 불쌍한 게 하나일 거고 두 번째는 엄니의 그 신산한 삶을 다 봤고 그걸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엄니의 처지가 화나고 슬픈 거고 세 번째 가장 큰 것은 엄니 가시고 나믄 언니는 이제 세상에 누구에게도 마음으로 기댈 사람이 없다는 상실감 때문일 거야.
저 세 번째는 사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렇게 속여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웅장하게 자리잡아 보이지 않을 뿐 엄니 가시고 나믄 가장 크고 무겁게 나를 가라앉게 만들지 모릅니다.
돌아와 수업하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할 수 있으세요? 했습니다.
뭐... 피곤한 거 빼믄 개않다...
할머니는 어떠셔요?
여차저차 많이 안 좋으시단다...
그 중에 한 아이가 성당에 갈 때마다 울엄니 위해 기도한다고 하는 아이입니다. 가끔 더 심하게 나빠졌다는 얘길 하면 자기가 기도를 지난 주에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이번 주는 더 열심히 기도하겠다는 고3씩이나 된 천하에 착한 제자들이지요.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나빠지기만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할머니가 화장실 가시려고 나오셔서 너희들 보면 늘 활짝 웃으셨는데...
그 말끝에 아이들도 눈물이 그렁해지고 급기야는 줄줄 흘러내립니다.
사실 지금도 여기 오면 할머니 저 방에 계실 거 같아요...
그 말에 잠깐 훅!!! 가슴이 죄어듭니다.
착하고 선량한 아이들입니다. 그 선량함으로 올해 수능 대박 치거라. 저녁마다 기도할게.
만남과 헤어짐도 숙명이고 살과 죽음은 자연의 섭리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것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인간의 나약함이겠지요. 다만 숙명이란 게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인간은 동동거리는 것일 겝니다.
한 세대를 접어야 하고 한 세계를 보내야 하는 이 쯤에서 인간이고 여인이여 어머니인 내 어머니가 고통스럽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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