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말이지요.
저녁 무렵 실실 걸어서 서점엘 갔었습니다. 전 날 읽었던 대본집 두 번째 책도 살겸 해서 비가 오길레 우산 쓰고 말이지요. 가는 길에 라멘집에 들러 쇼유라멘도 뜨끈하게 한 그릇 먹고 널럴하게 강남역 지하상가 옷구경도 했습니다. 책은 바로드림 서비스를 해 놓은 터라 이것저것 책구경을 하다가 이상문학상 모음집이 나왔길레 수상작이나 읽고 가야지 하고는 의자에 앉았지요. 두어 페이지 읽었는데 정말 미친듯이 잠이 쏟아지는 겁니다. 앞에 테이블이 있다면 그대로 엎어져 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졸음은 아마 평생 처음이었지 않나 싶었습니다. 결국 책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주문해 놓은 책을 찾아 역시 널럴하게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교보문고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걸으면서 가게도 들여다보고 길가 화분에 심어 놓은 꽃들도 들여다보고 하면서 그렇게 두어 시간 걸려서 집으로 왔습니다.
집앞에 오니 아뿔사!!!! 현관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문 열어 놓고 두 시간 넘게 있었다는 것이지요. 다행이 안에 들어와 보니 도둑이 든 것 같지도 않고 고양이도 뛰쳐 나가지 않았습니다.
분명 나갈 때 문 잠기는 소릴 들은 것 같았는데 어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크게 훔쳐갈 것도 없지만 예전에 뒷베란다 창문의 방법창을 뚫고 도둑이 든 적이 있었지요. 이것저것 금부치들하고 새로 산 핸드백이나 향수 콜렉션 가죽 코트랑 비싸지 않은 모피 코트 따위를 털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방법 회사에 가입해서 창문으로 들어올 확률은 거의 없어졌는데 현관문 열어 놓고 갔으니 좀 더 오래 있었다면 그래도 비싼 -??- 새로 산 일체형 피씨라도 들고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하하
여하간 한참 전에도 조카랑 교보문고에 갔다 왔더니 현관문이 열려져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물론 별일은 없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지 않고 책에 빠져서 두어 시간 더 있다 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속담에 동생 줄 것은 없어도 도둑 줄 것은 있다는 말처럼 뭔가 실물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로 그렇게 잠이 쏟아진 게 빨리 집에 가보라는 '나의 신'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신비주의적 인간인지라 꿈에서 일어나는 경고나 예지 따위도 알고 보면 나를 보호하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엄니 오신 이래로 종교도 없는 주제에 매일매일 기도를 합니다. 울아부지와 하느님을 부르는데 사실 기도라는 게 자기 마음에 두는 다짐과 반성, 자연에 대한 겸손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기도하면서 눈 똥그랗게 뜨고 할 리가 없고 고개 숙이지 않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눈감으면서 주위를 생각하고 고개 숙이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기도가 감사 위주가 되는 것인지 갈구가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늘 뭔가를 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더군요. 엄니 낫게 해주시고 마음의 평화를 주셨으면 좋겠고 안 되는 일 잘 되게 해 주십사~~ 뭐 이런...
가진 것은 당연하고 없거나 모자란 것은 더 달라...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무언가를 더 달라고 할 때 두렵고, 없는 것을 찾아 보면 있는 것과 가진 것이 더 많고, 잘 안된다고 툴툴대는 것을 꼼꼼히 살펴보면 '나' 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것.
어제의 일을 보면서 나는 분명 신의 가호가 있는 인간이 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또한 게을러서 부끄럽습니다.
매일매일 이렇게 기도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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