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모든 것은 다아 이루어진다.

오애도 2013. 1. 19. 23:40

 예전에 어른들이 그러셨다. 어릴 땐 하루는 짧고 일년이 길고, 늙으면 하루는 긴데 일년은 짧다고...

뭐 나이 든 노인은 아니지만 정말 저 말을 실감하고 산다.

수업 없는 날-거의 대부분이지만- 하루는 정말 길다.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없으니까 무엇이든 내맘대로 해도 좋을 시간들이 주욱 통채다.

책을 읽어도 바느질을 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지뢰찾기 게임을 해도 길고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일년은 얼마나 빠르며 한달은 또 얼마나 순식간이고 일주일은 가히 눈깜짝할 사이다.

그럼에도 하루는 길다. 그 하루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하고싶은 일만 해도 좋을 기인 하루...그게 아까워 어영부영하다가 그냥 보내기 일쑤지만 매일매일 아무것도 없는 날이 밝아오면 늘 맘이 설렌다.

며칠 째 시내 걷기 중이다. 어제는 강남역 신사역 압구정역을 돌아 학동역 역삼역까지 두시간을 걸었다.

오늘은 남산, 남대문 시장 시청앞 광화문 교보문고를 거쳐 세종문화회관까지 역시 두어시간...

다리가 아프지만 뭐 기분은 좋다.

 

교보문고에 들러 사 온 책.

나는 예전부터 얼라들한테 무엇이든 꿈을 꾸고 그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라... 는 얘길 했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무슨 차를 탈 것이며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놓거라. 아니 그런게 아니라도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도시를 생각하고 방안 풍경을 생각해 놔라. 그렇게 되면 정말 그대로 이루어진단다... 막연하다는 것은 나와 인연이 없다는 것이니라...

 

이 책 펼쳐보고 깜짝 놀랐는데 내가 이 책을 보고 말했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여 지난 번에 대충 서점에서 서서 다아 훑어 봤는데 내게는 그닥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다. 뭐 책을 보기 전에 나는 이미 아주 어릴 적 저 일곱살 무렵부터 실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것을 왜 샀는가...

얼라들한테 읽히고 싶어서이다. 그래도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주는 거의 사이비 광신도 수준의 아이들인지라 저런 증거자료-??- 아니어도 제법 말빨이 먹히지만 아아, 저렇게 책으로 들이밀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더 생길게 분명하다. 물론 읽고 싶어하는 얼라들에 한해서이다.

 

가르치면서 가장 나쁜 케이스는 바로 특별한 꿈이 없는 얼라이다. 이 경우는 사실 가르치는 사람 김빠지게 하는 일순위다. 당연히 어떤 경우를 들이대도 동기유발이 안되고 동기유발이 안 되니 그닥 발전이 없다.

슬픈 일이다.

 

 

 

나는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일곱살이나 아홉살 무렵부터 지금의 내 삶을 꿈꾸었었다.

열살 무렵에 밭둑길 지나 학교 가다가 가방 들고 보리밭 고랑으로 숨어들어 종일 키큰 보리를 커튼 삼아 앉아서 이런저런 망상에 젖어 있곤 했었다. 그러다가 학교 끝나서 두런두런 아이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가방들고 나와 집으로...

그렇게 조용한 보리밭 속에 숨어서 내가 꿈꾸었던 것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른이 되면 나는 조용히 날건달처럼 혼자 사는 것이었다.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그때 나는 장난으로도 결혼해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서트장면조차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 때 꿈꾼대로 살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가!!

사실 꿈꾸었던 게 이루어진 걸 말하자면 무수히 많다. 정말 기적같은...

 

하여 늘 말하지만 꿈을 함부로 꾸지 말라는 말... 정말 무서운 말이다.

혹여 내가 그 때  정말 능력있고 멋있고 인간성까지 뛰어난 남자 만나서 그 세가지는 남자 닮고, 머리는 나 닮은-??^^;;- 얼라 낳아 나라의 동량으로 키워내는 꿈을 리얼하게 꿨다면 그것도 그리 이루어졌을 지도 모른다. 하하.

하지만 난 그저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라서 순전히 나만 생각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세상엔 저절로 노력없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지금 이렇게 꿈꾼대로 살아지기까지 치뤘던 선불이 사실 십년이 넘는다. 그 십년이 바로 지금 내 삶의 가치있는 선불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나의 생생하고 확실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꿈꾸었던 것이 다아 이루어졌듯 나머지 것들도 이루어질 게 분명하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은 믿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한번도 신께 무엇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았다. 없는 것은 없어서 감사하고-찌질하고 능력없는 남편이나 속만 쎅이는 자식이나 버르장머리 없는 제자들이나 건강하지 못한 신체나 인간성 별로인 친구들이나 형편없고 거지같은데 어쩔 수 없이 다녀야하는 직장이나...- 있는 것은 있어서 감사했다. -이날 이때까지 험한 일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나, 인간성 괜찮은 형제들, 그래도 건강한 엄니, 한없이 착하고 이뻐서 내 무슨 복인가 싶은 제자들, 활력있고 건강한 내 나라 대한민국, 나쁘지 않은 머리, 건강한 몸, 조잡과 허접과 부박함을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안목 등등 정말 셀 수 없다-

 

며칠... 특별한 이유없이 세상이 장밋빛이다. 나는... 이 징후를 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을 때 이렇게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건 신이 하는 일이다. 

 

 

 

 

남산길 걷다가 서쪽 태양이 인상적이서 찍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 렌즈로 규정된 현상은 분명 다르다.

해가 저물듯 어쩌면 내 삶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든 한 세상, 이만하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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