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2013 원단...

오애도 2013. 1. 1. 17:28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위에 가루설탕 같은 눈이 쌓여 있다. 어제와 별 다를 게 없는 날이고 아침이지만 이름이 새해 첫날이니까 그 이름값을 하느라 색다른 공기가 떠 다니고 있다.

 계획은,  흰떡과 쇠고기를 사다가 그래도 정월 초하루니까 제대로 된 떡국을 끓여 먹을 생각이었다. 하여 어제 낮에 교보문고에 들러 가계부랑 이런저런 책을 사고 오는 길에 마트에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방에서 문득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리 갑작스럽게 약속이 이루어져 비어할레에서 맥주 마시고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렀더니 떡은 죄 팔려서 없었다.

하여 터덜터덜 들어와 아침을 씨리얼로 때우고 말았다. 흠... 새해 첫날을 거의 안 먹는 씨리얼로 때웠으니 올 해는 뭔가 새로운 일로 가득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떡국은? 오늘  마트가 문닫지 않았으면 눈 헤치고 가서 쇠고기 사다가 저녁에 먹을 생각...

먹는 즐거움이  최고다.

 드디어 나이 쉰 살이다. 어릴 때 쉰 살이라는 나이에 대해 정말 짐작도 상상도 안 해 봤다. 지금은 물론 예순이나 일흔 살이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일이 잦지만 어릴 때는 절대로 나이 먹어 오십 쯤 되는 때엔 어떨까를 생각할 수 없었다.

 한참 전 그러니까 십년 전 쯤에 나이 서른 아홈이라는 글이 꽤 자주 올랐었다. 그땐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가 꽤 의미심장했었는데 의외로 마흔 아홉은 덤덤하다. 그닥 의식도 안 됐고... 사람의 수명을 넉넉 잡아 팔십으로 본다면 마흔은 그 반을 넘어서는 단계라 그랬을까?  그에 비해 오십은 어쩌면 인생의 후반기가 제법 무르익는 기간인지도 모른다.

 특별히 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어쨌건 나이에서도 그렇고 체중에서도 그렇고 앞 단위가 바뀐다는 사실은 조금은 힘겨운 일일 것이다.

 몇 년전 박수 무당한테 가서 점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박수가 나더러 마흔 아홉이 넘으면 많은 것들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뭐 지극히 주술적인 인간인 나는 그런 이유로 어쩌면 쉰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말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부정적이거나 애매한 것보다는 얼마나 희망적인가!!

 

 어제 서점에서 간단한 기초 영어 문법책을 사왔다. 세 권으로 된 것을 우선 한 권만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정말 기초적인 내용이라서 세 권 다 하는데 한달도 안 걸릴 거 같다. 그리고 영어학습 앱을 받아서 심심할 때마다 하는데 재미도 있고 제법 효과도 있다. 다시 으쌰~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불끈 솟았다.

수학이 문제라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 중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느긋하게 그렇지만 확실해질 때까지 할 생각인데 이러다 호호야 할머니가 될지도...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올 해 해야 할 일은 정한 셈이다. 그게 매년 결심하는 체중을 줄이는 일보다는 쉬울 지도... ㅋㅋ

 

어쨌거나 새 다이어리를 준비했다. 가계부는 따로 사지 않고  다이어리나 매일 쓰는 노트에 간단히 기록하기로 결정...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그때 기록해 놓은 것들이 얼마나 유용하고 시간을 되살려 주는데 도움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한 해가 새로 시작됐고 어딘가로 우리는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내리막길이 돼서 가속도가 붙을 지도 모른다.

 

모퉁이를 돌면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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