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죽은 듯이 자알 잔다. 물론 두시 넘어까지 보시락거리기는 하지만 쿨쿨 달착지근하게 아침 늦게까지 자알 자는데 어느 땐 아홉시 넘어까지 쿨쿨이다.
자알 자니까 한동안 없던 식욕이 슬슬 동하고 한가한 낮에는 오늘은 무얼 먹을까? 이런 설렘도 다시 생겼다. 시내에 나가서도 무얼 먹을까 맘이 설레지만 사실은 그냥 돌아와 맛없는 현미밥에 곰국이랑 김치랑 먹으니 분명 살이 내릴 것이다. ㅋ
비오는 월요일...
우산 쓰고 시내에 나가 걸어볼까? 아니면 서울랜드를 실실 갔다올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아침장은 접었고 더 껄떡대면 일 저지른다. 함부로 손절하겠다고 덤비면 다시 물리니까 HTS 닫고 안 보는게 낫다. 전약 후강이라면 기다리는 게 상책...
어제는 얼라들 데리고 수업대신 바느질을 했다. 4주 째 수업 시간 일부를 빼서-방학이니까- 조금씩 하다가 어제는 막바지라서 온전히 다아 뺐다. 얼라들은 공부하는 것보다는 스무배는 더 좋아하는데 필통이나 파우치 같은 걸 만들어서 어찌나 흐뭇해하는지 내가 다 흐뭇하다. 하지만 나는 사실 공부 가르치는 게 훨씬 쉽다. 어째 다섯 배 쯤은 내가 진이 빠지는데 그런 의미로 난 절대 퀼트강사나 이런 건 못할 것이다.
쓸데없이 완벽주의자인 탓에 얼라들의 서툰 바느질을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정말 한참 걸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르고 '나'생각과 행동과 능력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데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혹은 내가 완벽한 인간도 아니면서 '나처럼'이 아니면 맘에 안 차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삐뚤하게 꿰매진 것을 가차없이 튿어내면서 어떤게 옳을까를 생각한다. 애초에 자알 꼼꼼히 가르치는 게 나은 것인가, 어리니까 미숙함의 미덕으로 돌리는 것이 나은 것인가. 흠...
그래도 당연히 완벽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흐뭇해한다. 이렇게 예쁠수가!! 하면서 자뻑도 하고...
천방지축인 거 같은 얼라들이 바느질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사실 굉장히 이쁘다. 괜히 나는 갸네들 엄마도 아니면서 잘 키운 딸 같은 생각도 들고... ㅋㅋ
며칠 전 길에서 대학생이 된 제자와 마주쳤다.
선생님!!!!!-이 친구는 그저 대사 한 마디로도 가끔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 억양에 담긴 반가움을 읽어내면서 이야~ 나는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얼라들 가르치는 선생이 된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만간 친구들이랑 찾아뵐께요~-일년에 몇 번, 이 착한 제자들은 꼭꼭 찾아와 맥주를 마시거나 이런저런 이바구를 하면서 종종 블루마블 게임을 밤늦게까지 하고 간다.-
이제 다아 커서 성인이 된 제자들을 보면서 나는 늘, 혹시 내가 어딘가 부끄러운 어른은 아닌가를 두리번거린다. 그들이 어릴 때 그저 어리니까 모를 것이라고 틀린 것을 옳다고 말한 적은 없는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는 않았는가, 혹은 내 감정의 논리로 왜곡해서 가르친 것은 없는가...
어른들은 늙고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내가 어른이라고 했던 행동들은 어른이 된 그들의 눈에 가감없이 평가되겠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특히 나이 먹으며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제 드라마'무자식 상팔자'를 보면서 송승헌의 대사... 머리가 곯았내벼~ 금방 읽고 뭘 읽었는지 생각이 안 나....
난 그 곯았다는 표현의 재치에 그만 혼자서 푸하하하 웃었다. 확실히 계란도 아니면서 내머리도 점점 곯고 있는 것 같다.
점심엔 뭘 먹나... 국수 삶아서 비빔국수나 해 먹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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