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미용실에 다녀 오다!!

오애도 2012. 5. 23. 00:25

한참만에 머리 파마를 했습니다.

아마 6개월도 넘었을 겁니다. 중간에 한 번 자르고 다시 길어서 포니테일로 묶일 만큼 길었으니 말입니다.

내가 가는 우리 동네 미용실은 저녁에 가면 그야말로 '언니'들이 무더기로 자릴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몽그작몽그작 미적미적 하다가 드디어 심란한 머리상태 보면서 소리지르고 싶을 만큼 되어야  할 수 없이 갑니다.

하고 나면 항상 그래, 이렇게 산뜻하고 깔끔한데 자주 해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그게 지켜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징크스인데 나는 머리가 길어 어지러우면 운세가 그닥 좋지 않아집니다. 이런저런 일도 막히고 심리도 약간은 불안하고... 언젠가 점을 보러 갔을 때 그러더군요. 긴 머리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그땐 어릴 때라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다녔었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꽈악 묶고 다니면 기나 운세가 막히는 것이니까 미용실 가서 자알 상담해 스타일에 맞게 하고 다니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나란 인간은 아주 수수하다 못해 고집스런 옷차림에 그것도 거의 숯검댕이만큼이나 검은 머리카락을 꽈악 매고 다녔으니 뭐 인생이 나붓나붓 술술 아름답게 풀리는 인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ㅋㅋ. 아마 그 무당의 말은 신의 소리가 아니라 인간적인 충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도 미용실 거울에 비친 내 머리카락은 미용사의 노르스름한 머리카락에 대비되서 그런지 정말 흑단나무처럼 검습니다. 

하여  올 여름엔 예전에 한 번 해본 노르스름한 머리로 염색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요즘 다시 노란 머리가 유행인 모양인데 경망하게 한 번 따라해 보지요.

어쨌거나 예전에 알던 지인도 긴 머리만 하면 뭔지 모를 불상사가 늘 일어나 긴 머리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세 번을 했는데 세 번 다.... 통계 내기 좋아하는 나는 그 머리카락이라는 게 인간의 기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흠...  남자들이 중대한 결심을 할 때 머릴 밀거나 여자들의 중대한 심리 변화도 헤어스타일로 드러내는 걸 보면 말이지요.

 길게 풀어헤친 머리는 뭐 한국 귀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이면서 또한 그야말로 '언니'들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지요. 우리 동네 미용실이 저녁이면 일반 손님들을 못 받는 이유가 저녁에 출근해야 하는 그 '언니'들의 긴 머리를 만져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파마를 했더니 헤어스타일은 언뜻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입니다. ㅋㅋ. 그야말로 부푼 얼굴을 한...  

 

 미용실의 거울이란 건 사실 굉장히 적나라해서 그 앞에 앉아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히 부끄럽고 민망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머리 하기 전의 부스스한 꼴도 그렇고 퉁퉁하니 살 찐 모습도 어딘가 게으름과 나태의 증거인 거 같아서 말입니다. 이젠 제법 늘어지기 시작한 얼굴의 살들을 보며 나는 남 보기에 좋은 인상인가에 대한 심한 회의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을 가장 적나라하게 떠올려 보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스스로 봐서 그닥 아름답지 않은데 다른 사람이 봐서 뭐 그리 좋은 인상일 리도 없을 것입니다.

하여 나중에 떼돈-??- 벌면 나도 머리카락도 좀 심고 얼굴은 딱고 조이고 기름치고 뭐 이런 탱탱한 다림질 작업 같은 걸 해야지... 하는 가당찮은 생각도 해 보게 되지요. 하하하.

혹자는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은 얼굴도 전략이자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하던데... 흠...

다행히 내 고객들은-??- 얼굴과 상관없이 '존재인 나'를 믿고 따르는 터라 내가 얼굴을 땡기든 밀든 뭐 그리 관심도 안 가집니다. 사실, 그거 믿고 그냥 버틴 것입니다.  게다가 어떤 시력 나쁜 녀석은 선생님은 예쁘세요... 라든가 정말 귀여우세요-컥!!!- 뭐 이런 눈에 콩깍지 씌인 소리까지 합니다. 푸허허허

 하니 그저 그렇게 시력 나쁜 고객들만 상대하면서 호호야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는 것도 개않을 듯... ^^

 

어쨌든 적나라한 전신 거울은 그렇게 가감없이 자신을 비추어 주는 미덕 말고도 가끔은 불끈!!! 이 부정적으로 적나라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뭔가 의기충천을 시키기도 합니다. 하여 다시 생활을 걸고 다이어트라는 걸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ㅋㅋㅋㅋ

맛없는-??- 현미밥 먹은 지 6 개월... 인데 7:3 현미밥을 9:1로 바꾸면 더 맛 없어서 그야말로 나 좋아하는 밥 먹기가 고역이 되믄 살이 저절로 내릴지도 모릅니다.

 

흠...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상한대로...  (0) 2012.06.03
이런 저런 생각...  (0) 2012.05.29
피로  (0) 2012.05.16
주절 주절...바쁘...   (0) 2012.05.04
궁시렁 궁시렁...  (0) 201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