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처럼 강남역 신사역을 돌아 두어 시간 넘게 걷고 돌아왔다. 이어폰 꽂고 음악들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걸었다. 뭐여, 난 왜 이렇게 사는 게 즐거운겨~~ 하믄서...
피곤한 건 못 느꼈다.
토요일...
저녁에 있는 수업을 오전에 해 치우고 친구들과 계모임이 있는 날... 아웃백에서 배두드리면서 잔뜩 먹었고 집에 돌아와 놀다가 열 시 쯤 친구들은 갔다.
일요일...
아침 열 시부터 수업. 한 타임 캔슬되는 바람에 낮에 잠깐 쉬었지만 끝나고 보니 열 두시... 피곤했었나? 그러나 몸으로는 역시 못 느꼈다.
월요일...
거지같은 장 보느라 조금 스트레스였나. 뒷목이 뻣뻣해졌다. 갑자기 친구와 약속이 잡혀 모처럼 대학가-한양대-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바구-물론 힘든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고 재미삼아 타로점도 보고... 이야~ 모처럼 대학가를 돌아다니는데 불쑥 대학 다시 들어가 씩씩하게 공부하고 진지하게 학문이라는 걸 하고 싶은 생각이 밀물처럼 들기도 했다. 다만, 거리는 그닥 멀지 않은데 버스에 전철에 갈아타야해서 잘난척하느라 씩씩하게 계단으로 걸어다녔더니 피곤했었나...
화요일... 스승의 날...
오랜만에 대학동창-참 신산한 친구다-이 온다고 해서 늦게 오겠다는 옛제자들은 캔슬하고 일찍 온 제자들과 자장면집에서 자장면 먹고 이런저런 이바구.
저녁에 친구 와서 이번엔 동태탕 집에서 저녁먹고 집에 와서 새벽까지 이바구...
그 와중에 제자들 온다면 준다고 필통 다섯 개를 종일 재단해 미친듯이 바느질했건만 한 개만 간신히 완성해서 딸래미주라고 친구에게 주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가 일찍 가야한다고 해서 여섯 시 반에 알람 맞춰 일어나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폭락에 가까운 장과 맞서 -??- 노는 중에 종일 피로에 시달렸다.
말하자면 순수한 피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말 피곤해...의 순수버젼인 상태였다. 몸은 녹작지근한 것이 눈도 감기고 해서 그래, 나는 피로한 인간이니까 자야지. 잘거야, 잠을 잘 자면 체중도 준다니까 푸욱 잘거야... 하고 아침나절에도 점심 나절에도 들어가 누웠지만 잠은 어림도 없이 찾아오지 않았다. 하여 자아한다는 욕구와 벌겋게 날이 밝으면 잠을 못자는 참으로 특이한 체질과 종일 싸우느라 피로는 더 가중되었다.
앞의 여러가지 일들이 정말 내게 피로를 줬는지는 모르겠다.
누굴 만나면서 피곤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또 피로같은 걸로 갤갤대는 인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잠을 못자면 졸립지는 않은데 몸은 알아서 입안이 헐거나 목에 멍울이 잡히는 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이번의 피로라는 것도 그때 당시에는 못 느끼지만 그저 축적되어 있다가 혼자 있을 때 이렇게 시위처럼 몰려온 모양이다.
하여 초저녁에 정말 눈 딱 감고 누웠다. 여섯 시 반 쯤 누웠는데 티비 소리와 얕은 꿈과 씨름을 했지만 잠은 잔 모양이다. 여덟시 반 쯤 일어났더니 어쨌거나 피로는 풀렸다.
일어나서 속이 허한 것인지 무슨 식욕 항진증이 걸렸는지 이것저것 먹을 게 땡겨 머릴 굴렸다.
콩나물 국밥을 먹는다.
풍년집 가서 갈빗살을 1인분 먹고 와?
뼈다귀 해장국은 어떨까?
순대국?
물 냉면도 땡기는데 맛있는 냉면집은 멀리 있으니까 가기 구찮고...
집에서 비빔국수나 잔치국수를 해 먹어?
결국은 멸치국물 내고 오뎅 썰어넣고 계란도 하나 풀고 국물 내서 소면 삶아 자알 익은 갓김치와 먹었다. 배는 부른데 기분은 별로다.
종일 피로함이라는 것과 씨름을 하면서 나는, 나란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의욕적으로 지내는 지를 새삼 깨달았다. 어쨌거나 오늘은 바느질도 책읽기도 컴퓨터도 산책 나가는 것도 당최 엄두도 의욕도 안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피로함에 매일 잠겨 있다면 으아~~ 끔찍한 일이다.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것이다.
엊그제 타로점을 보면서 궁금한 게 뭐냐길래 건강운이라고 했다-나도 나일 먹은 모양이다. ㅋㅋ. 병원가는 대신 타로점이라니...하지만 크게 기대없이 보는 타로점은 약간의 시간텀이 있어서 그렇지 정말 소름끼치게 맞는 일이 꽤 있다- 정신과 마음 상태 물리적인 것까지 몇장의 카드가 의미하는 바는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거의 오차없이 맞아 떨어졌다. 오죽하면 이게 예지가 아니라 심리의 반영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하여 나란 인간은 크게 아픈 곳도 없고 의욕도 넘치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활력적이고 어딘가 조금 나빠도 그랜드맘의 카드를 보니 툴툴 털고 일어날 거고 다만 순환기 계통에서 혈액순환이 조금 문제가 있을 뿐... 우하하하 이건 내가 믿고 있는 것 그대로가 아닌가!!
그래서 역시... 난 복받은 인간이군. 하고 오만을 떨었더니 타악!! 오늘 피로의 회초리에 맞게 된 것이다.
우쨌거나 오늘 밤은 자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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