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늦잠을 잤다. 잠에 관한 한 크게 욕심이 없지만 그래도 잘 자고 나면 뭔가 일을 잘 해낸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오전에 흐리던 하늘이 말갛게 갰고 나는 실실 어디로 운동화끈 매고 나갈까를 생각 중이다.
집에 있는 것을 못 견디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가서 노는 것도 재밌고 집에서 노는 것도 재밌다.
집에서 해야할 일은 거의 산더미-??-다. 아니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일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읽어야 할 책도 잔뜩이고 공부하고 싶은 것, 예를 들면 수학문제를 꼼꼼히 풀어본다거나 영어문법이나 단어외우기 같은 것, 어정쩡한 일본어 실력을 늘린다거나 또는 한문으로 쓴 문장들 번역하는 것도 배우면 좋을 것이다. -중국 고전을 읽다보니...-뜨개질도 스티치도 바느질도 이것저것 유혹을 하는데 요새 문득 아주 예쁜 인형 옷들을 디자인 해 만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순백의 레이스 천에 진주 비즈 따위를 달고 색감 좋은 실로 스티치를 하거나 아주 작은 아플리케 같은 것을 해서 명품 인형옷을 만들어 보는 것...아니면 컨츄리~~한 천으로 소박하고 귀여운 원피스를 만들어거나... 하여 다아 늙어 죽기 전에 이것저것 모아서 전시회같은 걸 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 번에 중학 3년인 여자애가 수업하다가 생뚱맞게, 선생님, 제가요 어른이 되면 이 집을 사서 선생님이 쓰시던 거 하나도 안 버리고 고대로 두고 애도쌤 기념관 같은 거 만들고 싶어요~~ 하더라는... ㅋㅋ. 나는, 특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전시해 놓고 싶은 거 아니냐? 했다. -내가 쓸데없이 화장지 둘둘말아 쓰는 낭비에 대단히 예민해서 얼라들이 종종 야단을 맞는다. 환경오염과 낭비로 인해 오는 개인적 국가적 인류적 재앙에 관해 설교 10분-
어떤 부분에서 난 분명 대단히 성공한 인간이다.
문득 아이들이 선생님은 어디선가 큰 일을 하시다가 숨어 사시는것 같아요~ 하든가, 제가 친구한테 선생님 얘기했는데 우리나 가르치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하든가, 세상이 선생님을 알아봐 주지 않는 것이 슬픈 일이네요. 제가 커서 삼고초려 하면 제발 한 번에 나와 주세요.. 라든가, 제가 알고 있는 어른들 중에 가장 훌륭하게 사시는 분인거 아세요? 라든가... 뭐 이런 세상에 듣보잡인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 죽어도 그닥 서운한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인정해주고 존경-???-해 준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것도 가족이 아니라 순전히 계약적-??-으로 만난 관계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난 대단히 용의주도하게 사기를 친 모양이다. 그것도 어린 아이를 상대로... ㅋㅋ
하여, 나처럼 성공한 사람이 또 있는가... 사실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사실 마음 깊숙히 나는 부러워하는 사람도 없고- 선천적으로 선량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한 사람은 제외하고...- 열등감도 없다.
흠... 이 얘기가 아닌데 또 옆길로 샜다.
어쨌거나 고로 나는 심심해 따분해 지겨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다만 바지런하지 못한, 천하에 부끄러운 성향이 있는 관계로 실천이 느릿느릿 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뿐이다. 덕분에 어쩌면 늙어 죽는 그 날까지 뭔가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정신줄 놓는 일은 안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어쨌든,
더 나은 사람이 없으니까 덜 모자란 사람을 찍어야 하는데 흠... 그닥 찍고 싶은 인물도 없는데 찍어야 하나...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지...
아직은 순수한 어느 녀석이, 선생님, 투표는 꼭 하세요~~ 하길레 그럼 해야지, 18번 찍고 나오마. 했었다.
근데 우리동네 18번이 누구더라... ^^;;
어제 유럽, 미국지수 폭락이고 오늘 아시아 증시도 여전히 낙하-?- 중.. 오늘 쉬는 날 아니었으면 우리 장도 볼만했을 것이다.
주말에 미룬 수업이 저기 여섯 시쯤 걸려 있으니까 동대문 시장이나 갔다 와야겠다. 오늘 문 닫았나? 그러면 광장시장 가서 칼국수나 먹고 와야지.
확실히 노는 날은 시간이 빨리 흐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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