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오애도 2011. 6. 17. 13:10

티비를 새로 사고 좋은 것은 영화 보는데 제법 분위기가 그럴싸 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난무하는 영화의 홍수 속에 있으면서도 보는 것에 그닥 흥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벤자민... 은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쓸쓸하지만 깊이가 있고 깊이가 있지만 눈과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으며 소리치지 않으면서 마음과 생각의 먼 데까지를 울리게 합니다.

 태어날 때 몸이 늙어 태어난 벤자민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 숙명이지만 그것에 큰 소리로 비명 지르지 않습니다. 

 늙은 외모에 어린 생각과 젊은 외모에 늙은 생각을 잘 섞어 흔들면 평균적인 생각이거나 가치관이거나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순행적인 삶, 즉 강보에 쌓인 아기였다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고 또한 노년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역순행적인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지 흥미 위주의 소재에 불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대단히 품위가 있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가려 연기력이 폄하될 수밖에 없는 브레드 핏은 가을의 전설이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의 젊지만 허무하고 쓸쓸하게 우수어린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가을의 전설이나 오드리 헵번 주연의 사브리나 리메이크작에서 주연이었던 줄리아 오몬드의 얼굴도 반가웠구요. -출연자 안 보고 영화 속에서 만났을 때 정말 줄리아 오몬드일까 고민했었다. 요즘 나는 이렇게 내가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는 경우가 잦다. 그게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 신중함인지 아니면 그저 정신이 나빠진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든 즉 늙은 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가 종국에는 어린 아이로 돌아가 죽는 과정이나 어린 아이로 태어나 점점 늙어 죽는 과정이나 사실 다를 것은 없습니다.

 그 심오한 이야기를 경박하지 않은 화면으로 잘 그려냈지요. 어떤 방식으로 돌든 인생의 일회성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한 두가지는 다르다고 느낀단다. 하지만 우린 결국 같은 곳을 향해 가지.>  

 

하여 결론은 쓸쓸하고 쓸쓸한 게 삶이고 인생입니다.

일회적인 게 삶이고 그 일회적인 것들이 모여서 영원을 이루고 기억해내지 못하는 과거의 혹은 전생의 내 모습을 기억해 내는 날이 오면 그날이 바로 내가 그 어딘가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