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둑어둑해지면 어딘가로 나서야할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낍니다. 하여 운동화 끈을 매고 양재천을 가거나 어슬렁~ 마트라도 다녀오지요. 어제는 밤 서너 개를 까먹고는 예의 운동화와 츄리닝 바지에 낡은 후드티를 입고 예전에 별다방에서 받은 조그만 가방에 카메라랑 등산용지갑이랑 핸드폰만 넣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양재천 대신에 강남역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요.
낯가림을 하는 인간도 아니면서 이렇게 '나'를 다아 드러내지 않아도 좋은 불빛 속의 거리가 좋습니다. 아침의 분위기완 다르게 퇴근 무렵의 거리 분위기는 활기가 있습니다. 강남역 부근의 포장마차에서 오뎅 한 개랑 만두 한통을 먹고 한창 공사 중인 지하 상가를 지나고 대로 위로 올라섰습니다. 사람들은 많아서 줄줄이 사람들 뒤통수를 보면서 걸었지요.
젊은이들 위주로 펄떡이는 활기가 느껴질 지경입니다.
우우 사람들이 몰려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꺄악 비명을 질러대기에 고개를 빼고 들여다봤지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를 촬영하는 중인 모양입니다. 호기심 많은 나... 지나가는 젊은이 붙잡고 누구예요? 했더니, 송준기예요~~
속으로만, 송준기가 누구여???
이건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당최 힘주어 티비를 안 보니 이런 사태가!!!
지금 검색해보니 성균관 스캔들에 나오는 탤런트군요. ^^;;
여하간 사람들 무리를 지나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 초록 체크로 된 플란넬 원피스를 하나 샀습니다.
이야~~ 때로는 이렇게 쿨하게 사람들 무리속을 걷는 것이 참 좋습니다. 모두들 자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대부분인지라 세상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즐거움도 있구요. 각자 다른 얼굴의 사람들을 슬쩍슬쩍 훔쳐보면서 걷는 것도 재밌습니다. 모두들 활기차보여서 저절로 에너지 충전....
교보문고에 들어 책 서너권을 샀습니다. 요즘 사는 책의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는...
지하 매장에서 올라오니 저렇게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낙엽들이 누워있더군요.
어!!! 어느 순간에 지하철 역과 연계되어 있었다는...
휘황하고 활기차게 차들은 씽씽 달리고....
나설 때는 비잉 돌아서 신사동을 지나고 압구정까지 가서 역삼로 쪽으로 올 생각이었는데 책이 너무 무거워 그냥 터덜터덜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저쪽 동네 살아서 양재천 알기 전까지는 주구장창 서울의 밤거리를 걸어다녔는데 모처럼 옛생각이 났습니다. 두 번에 한 번은 이렇게 거릴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양재천 길을 걸을 때는 내 깊은 곳의 생각이나 마음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인문학 책을 읽는 과정과 비슷하다면 저렇게 휘황한 거릴 걸을 때는 마음 가볍게 읽는 잡지책을 보는 것 하고 비슷하다고 할까요.
고전에는 고전의 미덕이 있고 잡지에는 잡지의 미덕이 있는 법....
이야~~ 살만한 세상입니다.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오다!!! (0) | 2010.11.27 |
---|---|
흐흠.... (0) | 2010.11.14 |
밤에 바암을 먹으며... (0) | 2010.11.05 |
어그적 어그적... (0) | 2010.11.04 |
일요일 한 낮에... (0) | 2010.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