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오늘은...

오애도 2010. 10. 10. 00:45

종일 참으로 조용한 날이었다. 전화 한 통 걸려오지도 않았고 또한 걸지도 않았다.

아니, 저녁에 엄니랑 잠시 통화를 했었군.

두 주 동안 알라들 시험때문에 바빴다. 시험준비 할 애들은 단촐해졌는데 어째 목은 훨씬 일찍 맛이 갔었다.

알라들 가르치는 일을 줄여야지 싶다. 하여 시험 끝나고 팀 짜온다는  알라를 막아야하나 어쩌나 고민이다. -새로 논술과목이 뜨나보다. -

 흠... 참으로 부박한 교육환경이지 싶다. 독서나 글쓰기가 대학입시에 적용 안되면 단칼에 그만둬버리는 엄마들의 얄팍한 교육열이 잘못 과열되서 나같은 사교욱 선생이 먹고 사는 것도 사실이지만 씁쓸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사교육은 커녕 공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인간이라 이 지경인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맛이 간 목 때문에 오늘은 조용~~히 보냈는데 저녁에 알라와 통화하는데 이런!!! 목소리는 더 잠겨서 듣는 애가 괴로웠을 것이다.

'선생님, 괜히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요~~. -옆집 사는 아이다-

시험은 잘 봤냐?

묻지 마세요...

이번엔 너가 열심히 한 거 아니까 빵점을 맞았대도 아무 말 안 하겠다.

엄마하고 똑같이 말씀하시네요...

어른들 생각은 비슷하거든. 내가 언제, 공부 안하고도 시험 잘봤다고 하면 잘 했다고 하는 거 봤냐?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

영어 시험 잘 봐야 하니까 공부나 열심히 하그라...

 

사람이란 건 참 이상해서 나한테 잘하는 인간한테 오히려 무심해지거나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어째서일까?

 

 며칠 째 주구장창 송이밥을 해 먹다.

밥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가을만 되면 토실해진다.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며칠 양재천을 갔었다. 그리고 늘상 새벽에 일어나 어슬렁렸더니 피로가 극에 달했던지 입안이 엉망이었었다.

 초기엔 온 입안에 모래를 입혀놓은 것처럼 돌기가 났다가 다음엔 붉게 열꽃이 피었다가 양쪽 턱밑에 멍울이 잡히는 걸로 대미를 장식하고는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 아마 열흘 쯤 걸렸을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울트라로 비타민을 투여했었고 송이버섯을 듬뿍 먹었다. -웬 호사???-

하지만 이렇게 앓고 나면 사실 훌쩍 상쾌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잠을 좀 더 자야 하는데 워낙 없는 잠에 구멍가게 일 시작하고 맘이 설레서-??-인지 새벽부터 일어난 게 두달이 넘었다. 하하.

 한없이 평화로운 날들이다.

무엇 하나 맘에 걸리는 것도 없고 크게 욕망하는 것도 없고 부러운 것도 화나는 일도 툴툴댈 일도 없다. 나로 살아가는 일이 감사하고 누구에게도 폐끼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하여 나는 강사 최윤희 씨의 자살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했다면 이상할까?

모든 자살이 비겁한 일로 매도된다면 망국의 비분함으로 자살했던 구한말의 민영환 선생이나 여항의 여인들에게 내려오는 은장도의 전설이나-여기서 여성억압의 사회구조니 어쩌니 논조는 옳지 않다. 그 시대는 그것이 옳다고 통하던 시대였고 그렇게 교육받았다고 해서 모두다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동서고금을 통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들의 자살도 비난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누가 뭐라든 육체적 고통이 주는 정신의 황폐와 정서의 고갈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도둑질을 하려다 손이 잘렸다고 해서 잘린 손이 안 아프진 않을 것이고 비명을 지를 자격이 없다고 비난할 수 없는 원리와 같다.

 하여 어쩌면 그것은 그녀 나름의 행복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이겨낼 수 없는 불행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그녀의 선택을 그녀는 자신과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야 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나 역시 어떤 것에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문득, 세월이 흐르고 흘러 혹여 내 삶의 끝자락에서 견딜 수 없거나 누군가에게 견딜 수 없는 짐이 되는 날이 오면 내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뭐라든 잘 죽는 것이  자알 사는 것보다 백 배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 복을 받으려먼 얼마나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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