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결혼식이 있어서 대구엘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여행에 비해 녹음은 한층 짙어졌고 연휴 다음 주라서인지 고속도로는 참으로 한가했습니다. 저렇게 휴게소도 한가했고 경부 고속도로 아닌 중부 내륙고속도로는 아직 덜 닳아서 한가한 국도수준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산들을 뚫고 버스는 달렸고 나는 한가하게 앉아서 창밖을 보다가 뜨개질을 하다가 책을 보다가...
혼자 하는 여행은 그렇게 '나'와 함께 조분조분 사부작사부작 들리지 않은 언어와 보이지 않는 몸짓으로 대화하며 떠다니는 것입니다. 여기가 괴산휴게소던가...
휴게소에서 이십분 가량이나 쉬는 바람에 저렇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잠시 해바라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KTX타고 왔습니다. 분명 창가 쪽 좌석을 예약했는데 우찌된 일인지 내측 좌석이라 줄창 뜨개질만 하고 왔습니다. 시속 삼백 킬로 가까이 달려 한시간 사십분만에 도착!!! 귀가 멍멍하더군요.
택시타고 냅다 달려서 돌아와 수업 했습니다. ㅠㅠ
마흔 셋의 신부는 아릅다웠고 나는 괜히 친언니된 마음처럼 울컥!!! 했습니다. 지난 해에 큰 수술도 했었고 십년 가까이 만난 시간 속에서 어쩌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가장 비슷한 친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난히 나를 따르고-??- 좋아했지만 대단히 쿨하고 지적-??-이어서 문득 언니가 보고싶네... 라고 전화하면 그냥 마음 밑바닥에서 잠시 설렘이 일기도 합니다. 서로 전혀 꼬인 데 없고 맺힌데 없는 관계의 전형이 아닐가 생각한다는....
그 친구도 영발 좋지만-??!!!- 그에 못잖은 내 예감으로 차암 자알 살거 같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녀의 가족들이 화들짝 반가워해주서 몸둘바 몰랐다는...
하지만 내가 혼자 하는 일에-예를 들어 혼자 식당에 가서 밥 먹는 일이나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뭐 기타등등- 아무리 유능해도 차암 뻘쭘한 일이 아는 사람 없는 결혼식 뷔페에서 밥먹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어서 이것저것 왔다갔다 먹긴 했지만 흠...
어쨌거나 그녀가 해 준 말 중에 자랑처럼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말이 있습니다.
언니... 언니가 값싼 사람이 아니어서 좋아요... 여기서 값싸보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요? 비싼 옷이나 돈이 많거나 세련되거나 그런 걸 얘기하는게 아닌....
암먼!!! 알지...
니체의 말에 세련된 영혼과 조잡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릴 때 그걸 보고 난, 세련된 영혼으로 살아야지.. 하는 가당찮은 욕심을 부렸는데 적어도 조잡한 영혼으로 보이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스스로 자알 살아온 것 같은 자랑스런 맘이 들게 한 친구입니다. 좋은 친구란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사심없이 판단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겠지요. 돌아오면 결혼 선물로 신혼용 베개라도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
어제는 호암 미술관엘 갔었습니다. 미술관은 휴관일이라 입구에 어슬렁거리다 근처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 왔지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물은 잔잔하고 나무들은 푸르렀습니다.
그리고는 우연히 들르게 된 백련사 절...
가까운 경기도에 그렇게 굽이굽이 들어가야 하는 산 길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오른 쪽 산에서는 내에 찬기가 흘러 나와서 신기했다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던 절에 들어가 잠시 삼 배도 하고 나와 차 있는데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 왔습니다. 새것 냄새가 퐁퐁 나지만 그래도 너무나 고즈넉하고 조용했던 절이며 그곳까지 가는 길의 굽이굽이 아름드리 나무들이 차있던 숲도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우린 확실히 러키한 사람들입니다~~ 어쩌구 하면서 유쾌하게 돌아왔습니다.
금요일엔 조카 영은이가 시험이 있다기에 청주에 잠시 내려가 공부를 봐줬습니다. 두 주 째 지방행을 했는데 역시 일상이란 그렇게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찌어찌하여 지난 주엔 주욱~~ 수업도 없어서 내리 닷새를 쉬었습니다. 덕분에 내일은 꽈악!! 입니다.
밀린 빨래도 해야겠고 가계부도 써야겠고 청소도 해야겠습니다. 손뜨개는 선생님이 출산을 위해 석달 쉬는 바람에 숙제를 잔뜩 받아놨고 그거 다하고 시간 남으면 실실 다시 퀼트나 해야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놀랍게도 여름이 다아 가겠지요. 9월이 되야 가을 학기가 시작되니 말입니다.
시간을 재는 단위는 참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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