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신 주말을 보내고 났더니 목소리가 맛이 갔습니다.
일요일엔, 이래저래 빠진 알라들 보충이나 괜히 우리집이 좋다고 일욜 새벽부터-??-오는 알라까지 있어서 계산해보니 열 세 시간을 중간에 30분 쉬고 다이렉트로 떠들었습니다. 토요일은 간단히-??- 여덟시간 정도... 흠...
하여 어제는, 종일 조용~~히 지냈습니다. 아침에 울엄니랑 간단한 통화가 있었고 신발을 사겠냐고 친구랑 간단한 통화가 있었을 뿐 종일 화난사람첨럼 입 꾸욱 다물고 말입니다.
회복하느라 그랬는지 어쨌는지 밤이 되자 목은 잔뜩 쉬었습니다. 밤 한 시 넘어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꾸욱 잠겨 힘들게 나오더군요.
오늘도 역시나 조용~~히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화 한 통 안 왔고, 역시나 걸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알라들 가르치는 일조차 안 했으면 나중엔 말하는 것을 잊어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필요한 전달은 대부분 문자 메세지로 보내는데다 나란 인간이 보기완 다르게 전화 걸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거나 말을 많이 하는 인간이 못됩니다. 뭐 물론 받는 전화는 무쟈게 화들짝, 킬킬, 히히, 호호, 깔깔거리며 잘 받는데 내가 먼저 전화 걸어 킬킬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예전엔 먼저 전화해 몇시간이고 몇시간이고 떠드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하고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리-상대가 대부분 결혼을 했으니까...-용건없이 전화하는 일이 꽤 뻘쭘하고 머쓱합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랑 자주 혹은 더러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과묵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사람을 만나면 쾌변에 달변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생활의 70퍼센트를 말 한 마디 안하고 살아도 하등 불편하거나 심심하거나 답답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아마 한 달쯤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살아도 미처 깨닫지도 못할만큼 침묵은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듣는 일도 거의 없고 티비는 자러 들어가서 침대에서 보는 게 전부인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지나치게 청각적 언어결핍생활인 듯... 흠...
다행이 문자언어와는 꽤 밀착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터넷이나 신문이나 책은 지치지도 않게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기필코 필히 반드시 은행엘 갈 생각입니다. 은행 시크릿카드가 기간이 만료되서 재발급 받아야 하고, 다른 은행은 인터넷으로 가입한 펀드 계좌 두 개의 비밀먼호가 헷갈려 다섯번 오류가 나는 바람에 이것도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하거든요. 사실은 이렇게 반드시 기필코 필히... 라고 결심하고 안간게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어영부영 뜨개질을 하거나 빈둥대다가 그만 은행마감시간이 되버리는데 말 안하고 사는 것 만큼이나 밖에 나가는 일에도 게으르다는...
은행에서, 시크릿 카드 갱신하러 왔는데요~~ 가 누군가와 하는 첫번째 말이 될겁니다.
어제 오늘 이상하게 내 주를 가까이~~ 어쩌고 하는 찬송가가 흥얼거려져 부르고 다녔거든요. 흠... 분명히 누군가 예전보다 더 센 강도로 나를 하나님 앞으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하하하.
입으로 소리내어 말해지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렇게 흥얼흥얼 하다가 기독교인 될지도...
물론 지금은 쏙 들어가서 줄창 입다물고 울엄니 봄스카프 다시 뜨고 있습니다.
저기 여섯시 반에서 열한시 넘어까지 수업있는 날인지라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해야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로 산 속으로 들어가 묵언수행같은 걸 해도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내뱉어지는 말보다 들끓어 오르는 내면의 언어를 평화롭고 잔잔하게 만드는 일이 훨씬 어렵겠지요.
침묵의 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외침에 귀 기울여보면 무서우리만치 저 밑바닥에는 존재의 허무함이 가득합니다.
며칠... 그 허무가 나를, 일상을,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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