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아아!! 어머니...

오애도 2010. 3. 27. 00:29

지난 주 시골 다녀온 이후로 저기 마음 어느 한 구석, 이름 모를 불안함이나 서글픔 따위가 고여 있었습니다.

 엊그제 엄니와 통화하면서 그 불안의 근원을 알아냈습니다.

 

이번 아버지 제사 때 울엄니 홀쭉하니 어깨가 야위었습니다. 얼굴은 창백하니 어딘가 소진된 기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요.

 나는 그냥,

엄니, 마르셨네...

했더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더라... 기운이 읎어서 영양주사라는 걸 맞었는디...

 

 서울로 돌아와 울엄니의 야윈 어깨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병원서 있다가 나와 돌아다니니께 살도 빠졌겄지...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직까지도 폭삭 꺼져있는 듯한 내 어머니의 어깨가 맘에 걸립니다.

 

지난 주말 내려가는 날 꿈에, 울엄니 분홍 스웨터 입고 샘에서 물긷고 계셨습니다. 그 분홍색이 선명해서 맘에 걸렸지요. -꿈에서 분혹색 옷은 종종 질병을 나타낸다-

 

그 때, 통화 끝내고 나는 한참을 끅끅 울었습니다. 그냥... 끅끅!!

울엄니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서럽고, 안타깝고, 서글프고, 가엾고, 맘이 아파서요...

 

오늘 전화 했더니 울엄니,

몸이 아프려나보다... 여기 저기가 아프네...

어디가 아프신겨~ 오늘 검사받느라 힘드셔서 그런 거 아녀요?

글쎄 모르겄다...

불 뜨뜻하게 때고 아프면 밤에 응급실이라도 가셔요. 가만히 누워계시고...  막내 밥 해준다고 왔다갔다 하지 마시구...

알었어...

 

전화끊고 막내에게 전활했습니다.

엄니 아프시다는디 신경좀 쓰니라...

 

나... 울엄니랑 열 세 해를 온전히 살았습니다. 열 네살에 집을 나왔으니까요. 일년이면 겨우 열흘 안팎을 울엄니와 보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엄니한테 섭섭한 거 없었고, 한번도 엄니랑 큰소리 내며 싸운 적-?-도 없습니다.

 분명히, 너무 짧은 시간을 울엄니랑 살아서 내가 못 드린 것도 있고 또한 내가 못 받은 것도 있겠지요.

 

불쑥, 내 어머니의 너무 많이 야윈 어깨를 깨달으며 갑자기 세상에 중요한 게 뭘까를 생각해봅니다.

 종국엔 내 어머니와 맺었던 인연의 충만한 감사와 기쁨이 불쑥 차갑고 쓰리고 애절한 설움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는 통렬한 자각이 또 나를 끅끅 울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엄니와의 인연이 끝나는 날 나는 비로소 가슴 절절하게 혼자임을 실감하겠지요.

그냥.......목밑이 차오르고 가슴 아픈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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