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며칠...

오애도 2009. 10. 27. 16:34

속이 불편해서 엊그제는 미역죽을 끓여 하루종일 먹었습니다. 분명 음식 탓인데 어떤 것인지 몰라 이것저것 금하다가 괜찮아졌길레 우유 뎁혀 남은 도우넛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요구르트도 한 병 마셨는데 아뿔사!! 그게 탈이 나 버렸습니다. 물론 화장실 한 번 다녀와서 괘않아졌지만 그게 근원적인 해결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칼칼한 게 땡기는 걸 보니 다 낫긴 한 모양입니다. 하여 신김치 헹구어 놓은 것 한 쪽을 된장 넣어 지져 먹을까 생각했습니다. 시어빠진 김치를 물에 헹구고 쌀뜨물에 된장 풀어 멸치 넣고 끓이면 맛있는데 어릴 때 울엄니가 해주시던 음식입니다. 요즘도 집에 가면 가끔 올라오는데 나는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뭐 그까이꺼...

하여 주섬주섬 이것저것 남은 김치 통을 뒤졌는데 지난 번 열무김치가 시어지긴 했지만 헹구어내긴 아까운 맛이어서 그냥 국물째 냄비에 붓고 부글부글 끓였습니다. 신맛 중화를 위해 설탕 조금 넣고 마늘 넣고 스팸 마일드 한 통 따서 거지반 넣고 두부도 숭덩숭덩 썰어넣고 말이지요. 칼칼한 열무김치 국물맛이 끓으면서 특유의 칼칼함만으로는 설명안되는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습니다. 유통기한 일년 쯤 지난 사리면이 있길레 아주 조금 넣어봤습니다. ㅋㅋ. 물론 그거 먹는다고 탈나거나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땀 뻘뻘 흘리며 후룩거리며 먹었습니다. 역시 뜨끈함과 얼큰함과 칼칼함이 속을 화악 가라앉힙니다. ㅋㅋ.

 당분간 밀가루와 종합 비타민과 우유와 과일을 금해야겠습니다. 나같은 체질에 몸이 차가워지게 만드는 음식이 사실은 만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으로 압니다.

 영혼을 담는 그릇이 몸일텐데 그것을 화려하고 빛나게는 못할망정 튼튼하게 내구성은 지켜야할 듯 싶어서요. 물론 요즘은 영혼의 세팅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릇의 모양새를 위해 내구성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엊그제 온 중 3짜리 여자 아이가 그러더군요. 몸이 망가져도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예요...

정신이 나갔군 어쩌구 거품을 물긴 했지만 사람이란 게 어리석어서 돌이킬 수 없거나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일이 틀어져야 비로소 깨달을테니 우이독경이 따로 없습니다. 흠...

 

여하간 가벼운 감기든 신종플루든 배탈이든 뭐든간에 몸이 어딘가 불편하면 사소한 일상조차 의지와 상관없이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때문에 영 별로입니다. 

물론 안 아프고 살면 좋겠지만 가끔 이렇게 몸이 자정능력 테스트 하는 것쯤은 봐줘야겠지요. ^^

 

내일은 청계산 대신 서울 대공원엘 가기로 했습니다. 두 주 전에 갔었으니까 제법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서울 대공원이 청계산보다 좋은 점은 지금 생각해보니 도처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는 것...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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