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째 양재천엘 다닙니다. 지난 토요일에 수업하는 아이와 함께 밤늦게 양재천엘 갔었습니다. 사람들은 버글거렸고 밤중이지만 꽃들도 지천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카메라 들이대고 Auto로 찍었더니 후레쉬 터지며 찍힌 달맞이 꽃입니다. 무슨 발광체 처럼 빛을 받아 저렇게 아우라같은 빛을 내뿜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참 전에 -70년 대 쯤인가...- 달맞이 꽃이라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분명 외국곡의 번안곡이었을 것입니다. 가수가 부른 것은 못 듣고 아는 언니가 통기타로 반주하며 부르는 것을 보고 통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 당시에도 뭐든 혼자 배우는데는 나름 유능해서 잠깐 책보고 기타줄 튕겼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끝은 용두사미...
가사가 아마도,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되면 홀로 피어/ 쓸쓸히 미소 짔는 그 이름 달맞이 꽂....
이럴 겁니다.
같이 간 아이가 쑥 부쟁이라고 했다가 나한테 꿀밤 한 대 맞았던 꽃... 이눔아, 그건 가을에 피잖냐?
아마 벌 개미취일 것입니다.
이번 주가 아마 휴가의 피크인 모양입니다. 알라들은 대부분 휴가를 갔고 지들 맘대로 나도 휴가를 주는 바람에 수업이 가관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맘편하게 휴가 잡고 딩가딩가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러나 지난 주 내에~~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이 오고 맥주를 마셔댔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주도 역시나 조카들이 올 예정이고 이러저러하게 밀린 수업 때문이 한동안은 제 사이클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요. 날씨 탓인지 뒤척이는 잠 때문에 불면의 날들이 이어지고 하여 개운치 않은 몸 상태입니다.
맘먹기로는 오늘 혼자서 청계산엘 갈 생각이었는데 마음의 움직임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침에 신문 간지에 MBC문화센터 가을학기 안내문이 들어왔습니다. 미싱 다루기, 간단한 손 뜨개, 빅토리안 실크리본 자수... 세 개 강좌를 듣겠다고 체크를 해 놨습니다. 올 가을엔 분명 지식 넓히기가 아닌 기능 익히기의 시즌이 될 것 같다는... 다만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친구에게서 갖고 온 어린이용 책을 서너권 씩 하루에 읽어치웁니다. 이거 아주 재밌어요~~
어제는 친구에게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서 아직도 화가 나 있습니다.
이 나이에, 분노 섞인 싸움이라는 것은 대단히 치명적이고 소모적인 것이라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지요. 설사 복구된 듯 보여도 어떤 부분들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왜냐하면 나란 인간이 어떤 부분에서는 대단히 집요하며 대단히 신중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흠....
화를 내야할 때 화를 내는 것은 배가 고플 때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할 것은 아무때나 이유없이 신경질이나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것때문에 잃는 것들이 때로는 아주 많기 때문이지요.
나이 들어 점점 내 부모님이 감사한 것은 신경질적인 인간이 아닌것, 함부로 쉽게 화내지 못하는 것, 누구 때문이 이렇게 됐다는 식의 남의 탓 안 하는 것... 같은 긍정적인 성향을 물려주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너무 많은 '업'을 짓게 되거든요.
오늘은 종일 우중충한 날이 될 듯 싶습니다. 엊그제 사오고 잊은 오리고기를 냉장고에서 발견했습니다. 이전에는 한번도 오리고기라는 걸 사 본 적이 없는 관계로 어떻게 해 먹어야 할지 고민은 되지만 뻘겋게 주물럭이라는 걸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뜨끈한 점심밥 해 먹고 산에나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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