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리하여...

오애도 2008. 12. 9. 11:06

알라들 시험은 거의 끝나갑니다.

오늘부터 시험 시작하는 알라들도 있지만 겨우 두 명이니까 마음은 좀 가볍습니다.

많지도 않은 알라들이지만 과목이 많아서리-시험 기간이믄 한문 도덕 기,가까지 해주는 전천후- 시작했다 하믄 나흘 기본입니다. 그나마 3학년은 미리 끝났고, 학년도 학생도 많지 않은데 정신없는 이유는 알라들이 울 집에 오면 즈이 집엘 가려고 안 한다는...

하여 며칠 째 새벽-길게는 네시까지...-까지 씨름을 했더니만 아! 아!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어제 쉰 목소리로 열심히 떠드니까 오늘 시험 보는 녀석이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힘들게 느껴져서 머리에 쏙쏙 안 들어와요~~ 하더군요.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사실 그건 괜히 하는 소리입니다. 뭐 이 정도면 그런대로 기운 안 빠질만큼 자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 안하고 뺀질대는 녀석도 있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건방을 떨거나 되먹지 않거나 단지 상업적 거래관계로만 생각하는 녀석들은 없습니다.

시험 끝나면 안 나오는 알라들도 있습니다. 이사를 가거나, 정말 사정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하는... 섭섭한 일이지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합니다. 내가 섭섭한 게 수입이 줄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헤어지는 게 섭섭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져 섭섭한 겁니다. 늘 말하지요. 혹여 지나가다 심심하면 들리거라... 왜 그만두고 나면 뻘쭘해 하는 거냐...

알라들은 말합니다. 끊고 나면 이상하게 뭔가 죄송하고 염치가 없어요....

뭐가??? 하고 묻지만 사실 그 마음이 아떤 것인지 압니다. 누가 뭐라든 열 다섯 마음의 키로 보는 세상은 그리 넓거나 깊을 수 없을테니까요.

얼마 전 그 열 다섯 열 여섯 무렵까지 같이 공부하던 녀석들이 스물이 넘어 찾아 왔더랬습니다.

이젠 다아 커서 정말 스물 나이만큼의 생각의 크기를 가늠할 만큼 점잖아져 있었습니다.  괜히 아들들같은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는... ^^;;

 

수업 끝나고 테이블을 안 치우고 자고 일어났더니만... 거의 폭탄 맞은 수준입니다. 사실 저거보다 훨씬 어지러운데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어떤 녀석이 선생님 혼자 살면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무섭지 않냐고 묻습니다.

아니... 심심하긴... 니들이 해 놓은 걸 봐라...

 

 

 

 

 

 

 

 

초등학생은 오히려 안 그런데 중학생 녀석들은 가고 나면 꼭 저렇게 흘리고 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여 부지기수의 지우개와 펜이 모아졌다가 어느 날이면 하나 둘씩 이거 웬거예요? 저 주세요... 하면서 갖고 가지요. 녀석들... 꼭 어설픈 영혼의 부스러기 같은 포즙니다.

 

 

 

공부방 바닥에 헤어 드라이어가 누워 있습니다. 며칠 추운 날씨라서 학교 끝나고 바로 덜덜 떨고 들어오는 여자 알라들 잠깐 동안 뒷 목 부분에 쐬어 몸 녹이는데 쓰는 것이지요.  날씨 풀려서 다행입니다.

 

 

 

 

점점 퀼트 방이 되가고 있는 작은 방. 시험만 끝나면 재붕틀도 꺼내 놓고, 뜨개질 샵도 들러야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이야~~~

 

 

새로 산 레이스 천...

재봉틀 배워서 심플한 블라우스 만들어 입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럭셔리 하게 진주 비즈 같은 거 주렁주렁 달아봐??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어떤 인간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인간인지가 궁금합니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

 

 

레이스 모여서 찰칵!!!!!  좋다.

 

 

 

 

새로 주문한 것들을 기다리는 일은 마치 선물 받는 것 같습니다. 워싱 광목과 토션 레이스, 린넨 무지천, 퀼팅실...

옆에 있는 곰돌이 천은 서비스...

워싱 광목 주문해서 안방 커튼 만들 생각에 집요합니다.  아플리케를 할 것인가 패치를 할 것인가...

생각은 오래... 실천은 더디게... 고쳐야할 버릇이지요.

 

 

 

차곡차곡 모아놓은 천들...

 

 

 

새로 주문한 책에서... 자수에 필이 꽂혀서리 마음 설레고 있습니다. 시간은 없고,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책들. 흠... 비싼 것들이라는....

 

 

너무 예뻐서 보기만 하고 쓰기가 겁나는 발다니 복합사와 모코 수실...

옅은 아이보리와 진주색 실을 사고  싶은데 없다.  그런데 결국 깨닫습니다. 복합사가 아름다운 게 아니라 단색실이 아름답다는 것을... 흠.....  

 

 

 

 

한동안은 한가해지겠지요. 시험 끝나면 알라들하고 바느질할 약속도 했었고, 단체로 기차 타고 여행갈 약속도 했었습니다.

겨울의 중간으로 불쑥 그렇게 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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