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참으로 재미 있는 일상의 소품들... 발렌타인 위스키와 손톱깍기

오애도 2002. 4. 9. 00:56
요즈음 백화점이 세일들을 합니다.
덩달아 시장 안에 있는 대형 수퍼마켓은 물론이고 대형 할인점들도 특별 행사를 한다고 조간 신문 묵직하게 간지(間紙)들이 들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화려하게 박혀 있는 사진이나 가격같은 것이 제법 눈에 잘 띄게 나와 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꼼꼼이 읽는 것을 좋아 합니다.
괜히 살 것도 아니면서, 이건 정말 괜찮은데... 라든가 이건 너무 조잡한 걸.. 어쩌구 중얼거립니다.

그런데 며칠 전, 월마트에서 나온 전단지든가요. 거기서 아주 재미 있는 사진을 봤습니다.

뭐냐면 발렌타인인가 하는 고급 위스키 있지요. -나이트클럽 같은델 가면 그게 한병에 80만원쯤 한다고 하더군요-
그 위스키와 함께 옆에 금빛 나는 손톱깍기와 손톱소제용 가위가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 위스키를 사면 손톱깍기가 사은품이라는 것이지요.

뭐 가끔 김발이나 밥주걱 같은 걸 사면 대나무 젓가락이 사은품이거나, 참치캔을 사면 구운 김이나 조잡한 플래스틱 도시락 따위가 사은품인 것은 봤지만 차암... 위스키와 손톱깍기라니...

하긴 지난 번에 단돈 천원을 주고 면봉을 샀는데 그 겉에 대나무로 깎은 귀여운 인형 손잡이에다 술까지 달린 귀 후비개랑 귀지 털어내는 솜털 붙은 놈까지 같이 붙어 있어서 재미있어 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건 뭐랄까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라 그리 생뚱맞은 느낌이 들진 않았거든요.

어쨋거나 위스키를 마시고는 손톱을 깍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손톱을 깨끗이 깍고 청결한 손으로 술을 마시고 안주를 집어 먹으라는 것인지 거 자못 궁금해지더군요.^^

아니 사실 그런 궁금증은 단지 알레고리로 하는 소리고, 그 발상 자체가 뭐랄까 옆구리쯤이 가려워지는 것 같이 참을 수없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누가 그렇게 전혀 생뚱맞은 사은품을 생각해 냈을까요? 하하하

오래전에, 아는 친구 하나가 동창회에 갔다 와서는 남자 동창 하나가 손톱깍기 공장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더라는 말을 했을 때도 나는 굉장히 재미 있어 했었습니다.

뭐랄까, 손톱깍기가 가지는 그 비일상적이고 특수한 필수품이 불쑥 인생의 전면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뭔소리여!!-

만약 그 친구가 무슨 연필 공장을 했다거나, 마스크 공장을 했다고 했다면 그러진 않았겠지요.

이러고 보니까 나는 손톱깍기를 귀여워 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

어쨋거나 누가 뭐라든, 우린 아마 손톱깍기 같은 게 어디서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따위는 결코 생각해 보지 않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음 지나치게 단정적 어법이군요. 술도 안마셨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구요.

이처럼 세상엔, 늘 만나고 부딪히면서도 한 번도 삶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의식조차 못한 채 지나가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니카라과의 어느 마을이거나, 아마존의 밀림 속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과 우린 아무런 관계도 없겠지요?

음... 그러고 보니 그들은 손톱만큼은 커녕 손톱깍기만큼도 관심이 안 가는 것이네요.

뭐 어쨋거나 내게 있어서 손톱깍기는 가끔 엉뚱한 곳에서 만나면 굉장히 귀엽답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세상은 때로 정말 귀여운 느낌이 드는걸요^^



사족

왠지 칼럼이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려서 잠깐 쉬려고 하는디...

갑자기 이것 저것 쓸거리가 생겨나는데 이상하게 오히려 그것이 종말의 증세 같은 느낌이 든답니다.

혹 한참 안 올라오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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