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산엘 갔었습니다. 햇빛은 없었고, 바람은 제법 선들거렸지만 밀려오는 더위와 그것을 가중시키는 습도 때문에 팥죽같은 땀을 흘렸지요. 무거운 몸을 끌고 올라가다가 미련하게도 중간 쯤에서 몸이 아픈 거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바보 같으니라구!!!!
후둘거리는 다리와-가끔 쥐가 나기도 했다- 으슬거리는데 열은 나는 몸을 이끌고 정상까지 가는 대신 방향을 틀어 지인과 더불어 낮은 구릉만 돌다가 내려왔습니다.
뭐 몸살나서 죽는 일은 없으니까... 못 견딜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니까... 뭐 아프다고 엄살부려도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까... 징징대는 일이 스스로 뻘쭘하고 낯 간지러우니까... 일상이란 뭐 그렇게 흐렸다 갰다 올랐다 내렸다 물도 산도 들판도 만나는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살다보니 흠... 며칠 무리했더니 드디어 몸이 손들었군... 하는 정도입니다. 돌아와서 해열 진통제 먹고 밤 열 한시까지 수업 하고 잠시 나가 친구 만나 술친구 해 주고 들어와 다시 약 한 알 먹고 잤습니다. 죽은 듯이 잤습니다.
아직은 제법 열이 오르는데 낮에 수영을 가는 일이 잘하는 짓일까를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니 죽어라 안 빼먹고 운동은 했지, 수업은 종종 새벽 세 시까지 했지, 먹는 것은 부실했지, 뭐 나름 몸이 손 들만도 합니다. 정말 고마것 것은 그러나, 그러는 동안 피곤하거나 나른하거나 비슬거리는 일도 없이 잘 지내다가 이렇게 불쑥 열이 오르거나, 입안이 헐거나, 코밑 멍울이 생기는 일로 주인님! 내가 힘들답니다... 하고 소리없는 시위를 해주는 착한 몸입니다. 하여 얕은 피로도, 나른함도 없이 씩씩하게 지내게 하면서 이렇게 가끔 몸살 정도로 휴식과 피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주다니 신통한 일이지요. 나 죽을 때도 이렇게 불쑥, 비슬거리거나 골골대는 일 없이 예방주사처럼 몸살이 찾아오듯 죽음님이 찾아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이나 천지신명에게 뭐 달라고 떼쓰지 않을테니까 이것만은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멘, 나무 관세음 보살. ^^
모처럼 쉬는 토요일입니다.
내일도 모처럼 쉬는 일요일입니다.
몸이 괘않으면 낮에 수영을 갈 것이고, 장을 보러 갔다가 백화점에 들러 내일 타는 곗돈 미리 땡겨서 다이어트 기념 랄프로렌 티셔츠라도 하나 살까 생각 중입니다. 20킬로 감량하믄 입을 여성용 셔츠 말입니다. 하하. -사실 이건 생각 뿐... 작은 옷 사서 쟁여 놓은 것만 입어도 다 못입고 시즌 지나갈 것이다. 게다가 재택근무 아닌가!! -
분명 내일 쯤 지나면 몸은 화알짝 갤 것이고 다시 으�으� 기운 내서 운동과 다이어트와 바느질이라도 힘써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쯤 이웃에 사는 아이가 수업하러 오면서 들고온 자두입니다.
시골서 막 보내왔는데 선생님 드리려고 갖고 왔어요~~ 하면서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맘이 너무 예쁜 녀석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이번엔 비닐 봉지에 잔뜩 또 들고 왔습니다.
이건 엄마가 갔다 드리래요~~
이런...
어제 산에 가면서 싸갖고 가려고 보니까 아이가 가져온 것은 제법 알 굵은 걸로 골라온 것이더군요. 열 다섯 어린 맘이 느껴져 뭉클했었습니다. 많이 먹고 남은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수업중인데 어느 어머님 문자... 집에 계신가요?
네...
잠시 후 들고 오신 자두입니다.
시골서 보내 온 건데 선생님 드리려구요...
빨간색은 피자두인 모양인데 속까지 빨간 것이 과육이 옹골찬 게 시큼함이 보기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시장에 팔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크기도 들쑥날쑥, 매끈하고 날렵하지 않아서 더 정이 가는 모양새입니다.
지금 쯤 슈퍼에서 파는 자두 맛이란게 밍밍하니 쥬스에 물 타놓은 맛이어서 좋아하긴 하는데 안 사 먹습니다. 그나마 좋아하는 과일이 자두와 복숭아 정도인데 맛있는 것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과일들이기도 하구요. 거의 익지도 않은 퍼러둥둥한 것들을 따서 후숙을 시키는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일상은 역시나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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