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모처럼 쉬는 휴일.
이렇게 늘 맞는 일요일도 일이 없느냐 있느냐에 따라 제법 아침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것도 없는 날엔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거칠 것 없는 넓지만 아늑하고 평탄하고 긴 길 앞에 서 있는 것 같고 일이 중간 쯤 있는 날은 길 한가운데가 뚝!! 끊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차고 맑은 날씨다.
일곱 시 반 쯤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빈 속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귤 두개를 까 먹었다.
언제부터인가 빈 속에 커피 마시는 게 익숙해졌다. 이런!!!
어제는 모처럼 우거지 지짐을 해서 아침 저녁 점심 세끼를 꼬박 챙겨 먹었다. 하여 아침에 지은 밥을 다 먹어 치웠다는...
하여 아침밥 지으려고 쌀 씻어 놨다.
오늘은 곗날...
곗돈 타믄 얼굴에 있는 점 빼러 가기로 했다. 허긴 그렇게 결심해 놓고 안 한 게 무릇 기하인가... 뭐 그렇긴 해도 이번엔 확실히 틀림없이 갈 생각이다. 점만 빼믄 다아 죽었어~~ 하믄서 같이 가기로 한 언니랑 킬킬거린다. 내 인생 안 풀린 건 그동안 얼굴에 흩뿌려져 있는 점 탓이었는지 모른다. 흠.... .
그럼에도 사실 지지지직 살 태울 생각하니 무섭다. 어쩔 수 없이 다쳐서 아프거나 병 때문에 오는 고통 참는 건 엄살없는 인간인데 그렇게 물리적으로 가하는 것에는 참을 수 없는 공포가!!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했거늘 얼굴에 있는 점도 그거에 해당하는 것인가?? 모르겄다. 별로 효자도 아니믄서 별거에 다 효자인 척 하는군.
난 또 머리털 나고 미용성형-??? 맞나??-이런거는 처음이다. ㅋㅋ. 일단 가서 뽑기나 하고 호들갑을 떨란 말이다!!!
뭐 그건 그렇고 곗돈을 타야 말이지... 다섯 명 중에 두명이 탔으니 확율 3분의 1이다. 지난 9월에 타로점 봤더니 12월에 횡재수가 있다고 했는데 혹시!!! ㅋㅋㅋㅋ 별걸 다 갖다 붙이는군.
어제 부랴부랴 만든 카드 지갑....
한참 전에 친구한테 만들어주기로 해 놓고는 어제 겨우 만들었다. 오늘 갖다줘야지...
해양기름 유출 사고를 보면서 나는 괜히 죄스럽다.
입으로만 환경 어쩌구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날 뛰쳐가서 기름 걷어내는 일이라도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땜시로...
엊그제 공부하러 온 녀석들이 그랬다.
선생님 그 사람들 너무 불쌍해요~~ 가서 도와주고 싶어요~~ 학교에서 단체로 갔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가야할 지도 모르고...
착한 녀석들이다. 이제 겨우 열 네살 짜린데 우찌 그리 기특한 생각을!!
세상엔 말로 닦는 덕이란 게 있다.
번지르르한 말이거나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다아 느낀다. 당연히 거기엔 마음의 울림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마음도 울리지 못한다.
하여 말과 글은 곧 그사람이다.
얘들아 시험 따위 좀 못 보면 어떻니? 너희 부모님 말씀마따나 인간이 먼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어쨌거나 뭔가 도울 일을 찾아봐야지. 그냥 요즘 며칠 괜히 부끄럽고 미안하고 자꾸 마음이 두리번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