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행과, 그제는 혼자서 산엘 갔었다.
늘 그렇지만 혼자 가는 길은 오롯이 '나'와 걷는다. '나'를 돌아보고, '나'와 대화하고 '나'를 챙긴다. 그러면 세상은 놀라우리만치 '내 것' '내맘대로' 처럼 느껴진다. 나는 혼자 걸으며 내 속의 '나'가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속의 '나'에게 고무하고 기꺼워하며 반성하고 부끄러운 일들을 얘기한다.
동행과 갈 때는 끝도 없이 속살거리며 대화를 한다. 셋 이상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진정한 '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대화는 -타인과 하든 자신과 하든- 그렇게 둘이, 스스로 말 할 때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이 말할 때 최선을 다 해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와서는 오래 전에 사다놓고 손도 안 댄 퀼트 천들을 마름질을 했다. 한참만에 꽤 디테일한 아플리케를 하고 있다. 천이 두꺼운데다 꽃잎이 일곱 개씩이나 있는 꽃 다섯 송이를 일일히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인데 머리와 손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그래도 아플리케는 다분히 중독성이 있어서 선이 이쁘고 매끈하게 접혀들어가고 실이 드러나지 않을 때는 거의 카타르시스가 일어난다.
바느질과 등산이라... 물리적으로도 정-靜-과 동-動-의 극단 속에 있고, 정신적으로도 마음 속은 고요하고-靜-하고 머릿속은 바쁘다.-動-.
여하간 어딘가 아주 번잡하다.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 지경인데 참 이상한 일이다. 겨우 천조각이나 가지고 조물락대고 있는데 말이다. ^^;;
창문 열고 내다보니 하늘은 참으로 파랗고, 공기는 꽤 차고 맑으며 햇빛은 대단히 투명하다. 오늘 하루 쉴 생각을 접고 등산화 끈을 맬 생각을 한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날이 그렇게 훌쩍 흐르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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