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주절거림 두 개

오애도 2007. 7. 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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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래로 거짓말처럼 약속과 만남의나날들입니다.

이제 놀아요~~라고 말한 것은 바로 여기 블로그 뿐인데 이상하게 엊그제부터 밥먹자. 놀자. 얘기하자. 집으로 놀러가겠다, 선생님 식사 한 번 하지요, 얼굴 보자, 놀러가자.. 가 이어지는데 물론 그 사람들이 죄 이 블러그에 들어와 오애도가 이제 실업자가 됐으니 노는 일만 남았노라는 글을 읽었으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하여 결론은 어느 누군가 내 일상을 지배하는 신이 날 제법 놀리려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ㅋㅋ.

불가사의하게 몰려오고 몰려는 일상입니다. 그들은 모두 어디 쯤 숨어 있다가 모두들 작당이나 하듯 우루루 한 사흘 사이에 죄다 나한테 전화를 걸어온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고치 속의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지낸듯 싶습니다. 늘 만나는 사람들 외에는 그래 언제 얼굴보자.. 해놓고 넘어갔는데 갑자기 우우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얼굴 본 지 오래된 친구들을 찾아가 볼 생각이고, 이젠 헤어진 학원알라들 불러다 떡볶이도 해 먹일 생각입니다.

좀 잘 살아보기 위해-??- 이것 저것 해야할 일도 많은데 역시 놀자고 손 내미는 사람들 거절은 커녕 에헤라디야~~ 하고 좋아하는 터라 이번 한 달은 날건달처럼 그렇게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뭐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동안 박터지게 일한 것처럼 됐는데 뭐 근 한달동안은 설렁설렁 노는 날이 반이나 되서리 날이면 날마다 산엘 다니고, 친구 만나 술 마시고 한 것입니다.

다시 스을 퀼트 바늘이 유혹을 해대는데 잠깐만 잡어?? 하고 고민하는 중입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나머지 시간 날도 더운데 돗자리 위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퀼트 삼매경이나 한 달 쯤 빠질까 생각하지만 분명 내 주 위사람들 두 손 훼훼 저으며 말릴 것입니다.

여하간... 오늘은 누가 점심 먹자고 꼬시는 바람에 산에도 못갔습니다. 내일은 친구 집엘 가기로 했으니 역시 산행은 어려울 것이고 어디 양재천이라도 다녀와야 할듯 싶습니다. 체중은 하나도 안 줄고 열심히 체지방만 빠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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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울엄니가 오셨었습니다. 오셔봤자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는 게 고작이지만 혼자 사는 다 늙은 딸과 역시나 혼자이신 더 늙으신 엄니는 두런두런 사분사분 이웃집 며느리가 불효막심하다든가, 호박을 심었는데 열매는 안 열리고 잎만 무성해서 큰일이라든가 하는 애기를 합니다.

난 울엄니처럼 일 많이 하고 힘들게 산 사람 본 적 없다고 믿고 있는데 엄니는 지난 일이라 그런지 뭐 별로 힘들게 산 거 같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애기하는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내려오는 공통적인 성향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닮아가는 것들과 동시에 엄니가 갖고 있는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삶에 대한 성실함에 대해 경외감도 솟아납니다.  

 

자주 만나는 친구는 그럽니다.

니가 가진  미덕과 성향에 대해 부모한테 감사드려야 한다. 그건 니 의지가 아니거든.

 

전생에 우린 어떤 인연이어서 부모 자식으로 만났을까요?

아이들 가르치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새새 얘기하며 불가해한 의문이 솟아납니다.  

혹 다음 생에 태어나도 난 울엄니의 딸로 지금의 '나'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다아 그렇겠지만...

다만 울엄니, 지금도 가슴 아프게 늘 말씀하십니다. 잘 가르치질 못해서 면목이 없구나...

여기서 '잘'은 돈 없어서 공부 다 못가르친거 말씀하시는 겁니다. ^^

난 그렇게 말하지요. 다 지들 팔자여요. 돈있다고 다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난 내가 얼마나 자알 배웠는디... ㅋㅋ

얼마나 더 오래 이렇게 새새거리며 엄니와 얘기할 날이 남아 있을지...

 

용돈을 드리는데,  돈도 없는데 왜주냐.. 하셨습니다.

돈 있어유. 나 쓸거 다 쓰고 드리는 거여. 지 쓸거 안 쓰면서 부모 용돈 주는 자식들 거의 없을 걸.

지 할거 다 하고 용돈 몇푼 드리는 거 생색내는 게 죄송하지 뭐.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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