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민둥산에 다녀오다.

오애도 2004. 10. 11. 00:38

짧고 힘든 가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내리 보름 간 시험기간에 감기 몸살에 음주가무에-??-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넘고 물 건너고 구비구비 강원도 영월을 지나고 평창을 지나고 아우라지를 넘어서 정선땅 민둥산 억새구경을 갔었습니다.

가는 길은 아직은 초가을 정취 정취 가득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산들은 이제 막 색깔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하고 있었고 얼마 안되는 논에는 그야말로 황금빛 벼가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누가 뭐라든 여행의 묘미는 과정에 있는 것!!

뭐 억새따위 안 봐도 가을 여행은 그렇게 맑은 바람과 하늘과 사람없는 들과 산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할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서울 경기 빼고 비 온다고 했었는데 비 한방울 안 내려서 우린 이익선 나쁜뇨-ㄴ-이건 어느 아줌씨가 하는 말이다. 비온다고 하고 날씨 맑으믄 그 양반은 또 고 이익선이 거짓말 했다고 나쁜 뇬이라고 욕을 한다기에... ㅋㅋ-어쩌구 하면서 한없이 들길을 달리고 산 사이를 헤집고 터널을 지나고 드디어 산밑에 도착했더랬습니다.

뭐 산은 만만하게 보였는데 아뿔사!! 초입에서부터 나는 구토에 식은 땀에 여하간 최악의 몸 컨디션이었습니다.

뭐 어쨌거나 비슬비슬 후들후들 하며 정상에 올라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더군요.

마치 주변머리만 있고 소갈머리-??-없는 대머리 아저씨처럼 전나무 숲도 지나고 잡목숲도 지나고 정상에 올라서니 산꼭대기는 그야말로 나무 한 그루 없는 억새밭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억새들이 무리지어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흐름 좋은 냇가의  수초처럼 부드럽게, 혹은 누군가 허리를 간지렀을 때처럼 어느 땐 자지러지게  말이지요. 

멀리 산들이 굽이굽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첩첩 서있었습니다.

뭐 산에 오르면 누구든 호연지기의 기상이 서리는지 괜히 산밑의 세상이 만만하게 느껴던걸요. 후후

 

하여 억새도 잘 보고 가을 바람도 쐬고 오긴 했는데 문제는 다음날 종일 끙끙 앓고 말았습니다.

시간시간 약을 먹고 과일쥬스를 꿀꺽거리며 간신히 하루를 보냈습니다.

난 지나치게 그동안 무리를 한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나이 탓이라고 하는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약기운 떨어지는지 스멀스멀 몸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약먹고 자야겠습니다.

 

 

저 허여무스리하고 홀딱 벗겨져 보이는 살색이 다 억새입니다.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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