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혼자 노는 즐거움!! 그 두번 째. 믿거나 말거나지만....

오애도 2001. 12. 14. 01:12
거의 두 달 정도를 날건달처럼 놀았습니다.

꽉 매인 직장이 아닌 탓에 어찌어찌하다 보면 이렇게 중간에 부웅 뜨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둥바둥 먹고 사는 일에는 워낙 럴럴해하는 성격이라, 없으면 없는대로 그럭저럭 먹고 삽

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이렇게 일이 없어도 굶을 사람은 혼자 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

이 가볍다는 것입니다. -별 걸 다 흐뭇해 하다니, 쯧쯧-

만약에 딸린 애나 부모님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라면 어디 언감생심 꿈이나 꾸어볼 일입니까?

여하간 그렇게 두달 동안 멀미나게 놀았습니다.

그것도 거의 집안에 박혀서요. 자꾸 얘기하지만 나는 심심한 걸 잘 모릅니다. 하루종일 방구

석에 쭈그려 앉아 있어도 낮잠을 자거나 하는 일은 평생 열 번이 안 될 것입니다.

그저 럴럴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일을 해도 하

루는 후다닥 가 버립니다. 요즘에는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 전에는 거의 책

상 앞에서 놀았습니다. 오래된 책을 다시 읽거나-성격이 특이해서, 읽은 책을 또읽고 또읽

고또읽고 합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 열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열 번 읽

는게 낫고, 한 권을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읽고 열 번 생각하는게 낫다^^애도생각- 예전

에 읽은 책들 중에서 좋은 부분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꾸 읽다보면 그 책과 나와

는이상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그러다가는 문장과 문장사이,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나만이 읽

어낼 수 있는 독특한 언어가 보입니다. 그것은 물론 좋은 영화를 볼 때도 그렇습니다. 나중

엔 영어 대사를 외우진 못해도 그 다음 대사가 저절로 쳐 질 정도가 되거든요.^^

그리고 좋은 음악을 듣고 듣고 듣고 또 듣고 합니다. -원래 내가 좀 집요한데가 있습니다.

스웨터나 남방을 사도 마음에 들면 다음에도 똑같은 걸 또 삽니다. 그리고 색깔이 다른 걸로 또 사구요 한마디로 지겨운 성격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머리 싸매고 미친 듯이 공부를 하거나 하는 짓은 안 합니다. 게다가 사놓고

안 읽은 책도 많고, 읽었으나 이해 못한 책도 많으니까 그거 외울 만큼 읽으려면 앞으로도

무한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배 고프면 수제비도 해 먹고, 국수도 삶아 먹고, 못난이 김밥도 싸고, 우리집 옆에

있는 맛있는 빵집에 가서 빵도 사다 먹고, 저녁이면 어슬렁거리며 나가서 떨이로 과일이며

튀김 따위를 사 옵니다. 나가서 한 시간 정도 씩씩하게 걷기도 합니다. 머릿속으로는 그야

말로 자유로운 망상-??-과 함께요.

대체 뭐가 문제냐??

어쨋거나 그렇게 시시껍절하게 보내도 재미있습니다.

가끔, 나 혼자 잘 논다는 말이 오히려 심심해 죽겠어의 반어법쯤으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무

리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해도, 나는 나랑 노는 게 재미있습니

다. 무엇보다도 온전히 나를 위해 산다는 게 또한 좋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대인 기피

증이나 내성적인 성격은 아닙니다. 그렇게 잘 놀다가도 친구가 불러내 놀자 그러면 역시 기

다렸다는 듯이 나가서 잘 놉니다. 사람들과 노는 일은 또한 그 나름대로 재미있기 때문입니

다. 어떤 것이 더 우월하고 열등한지 가르는 일은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나는 결혼을 해도 역시나 심심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 것입니다. 그것

은 나는 항상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어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외로움이나 적막함 혹은 고독으로 점철된 생활을 할 것이라고 보여지는

일은 씁쓸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기대 따위는 없

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더 불행해 질 것이라는 섣부른 생각 따위도 없습니다. 나이

든 싱글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 내 상황보다 다른 상황-결혼-이 더 나을지도 모른

다는 기대와 그걸 안 하고 있다는 좌절감이랄까 패배감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많은 싱글들은 그렇게 더블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초라하고 쓸쓸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혼한 사람들이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도 지금이 중요하고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혼했다가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헤어진 사람들-그것도

행복하게 살았던-은 다르겠지요. 그런 사람은 결혼의 맛-??-을 알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같

은 싱글이야 뭔 맛을 알겠습니까? 먹어보지도 않았는데요. 먹어보지 못한 걸 불행이라고 한

다면 할 말 없지만 맛 볼 기회가 없으니 못 먹어 본 것에 대해 그다지 억울하지도 않다고

하면 궤변인가요?

사족: 지금은 다시 열심히 일 합니다.
그렇게 매일 놀다가는 비참한 말년-??-을 맞을 지도 모르니까요.^^
역시 일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그렇게 일하고 따뜻한 방에 혼자 들어올 때가 정말 좋다고 하면 병적인가요? 역시 팔자여...^^혼자 사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