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바쁜 날들입니다.
시험기간이거든요. 내가 안 봐줘도 되는 과목들을 신나게 가르치고 있는데 어떤 면으로 보면 사서 고생인 듯도 하지만 알고 있는 게 닳아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봉사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게 때로 사심 없이 마음을 다 하고 나면 이상하게 뒤통수 퍼억!! 쳐서 기분 더럽고 씁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터라 그래 그러지 말아야지... 요~~만큼만 주고 말겨~~ 하고 결심하지만 그게 성향인지라 잘 안 됩니다.
하여 일대일로 배우던 아이들이 어쩌다 그룹으로 들어오면 부적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혼자 하던 아이들은 선생인 내가 누구한테든 똑같이 대하는 걸 보고 좀 배신감이 드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여하간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이 나한테 유난히 친절하거나 상냥하다믄 그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돐떡-돐떡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린다. -의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라들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상업적으로 얼굴에 가면을 쓰고, 아닌 것을 그런 척하거나, 교언영색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마음을 다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좀 생뚱맞은 이야긴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나란 인간은 아주 좋은 팔자를 타고났다구요.
가진 것도 많고-여긴선 물질이나 뭐 그런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이거나 생각이거나 성향이거나 능력-??-이거나 뭐 그런 것- 그정도면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꼴-???-로 살아요? -내꼴이 어떻단 말인가!! ^^;;-
그건 말입니다. 전생에 업이 많아서 그래요.
흠...
할 말 없습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지극히 불교적인 인생관을 갖고 있는 나는 연기설과 인연설과 운명론에 순응하는 터라 요즘은 정말 거의 도인-^^;;-수준이 되서리 그려... 업이 많으믄 덕을 쌓아야지. 맘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베풀면 그것이 덕이 아닌감?? 어쩌구 하면서 맘을 다스립니다. 하하하
Believe it or not 이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신산한 삶조차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때 누리고 살았다면 난 아마 견디는 일만 남았을테니 말입니다. 되든 안 되든 난 이제 누리는 일만 남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누리고 있는 삶인지도 모르지요.
어제는 종일 목 아프고 눈 튀어나오게 피곤하리만큼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나 피곤하다고 아이들한테 히스테리 부린 적 없고-난 사실 뭐 별로 히스테리컬한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가 나거나 맘이 상하믄 좀 무섭고 단호한 데가 있을 뿐... 그것도 없다면 그건 짐승이잖은가!! -지난 번에 어떤 아이가 자기가 정말 싫은 선생은, 수업 많다고 맨 마지막 수업 하는 자기한테 짜증내는 선생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가르치고 나면 나름 보람도 있습니다. ㅋㅋ
가르치는 게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심없이 자알 받아들여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지금의 나인 게.. 어느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에 대해 고맙고 감사합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시험기간입니다.
내가 가르치는아이들...
모르는 것은 자알 찍어 맞추고, 아는 것은 실수 안해서 좋은 성적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애들이 이번 시험을 끝으로 나한테 배우는 일을 때려친다 해도 말입니다.
점점 자식같아져요.
이런 맘 따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만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아이들이 다아~ 자라고 나면 그래도 그 뚱뚱하고 재밌는 선생이 사심없었어라고... 저 회상의 어느 구석 쯤에 등장할 날도 오지 않을까... 망상을 해 봅니다. 하하.
지난 주,
나 서울 올라가~~
하면서 잠깐 얼굴 보고 내려갔던 친구가 둘 있었습니다. 잠깐 씩이지만 얼굴 볼 수 있어서 고맙고 기뻤구요.
지방에 사는 친구로부터 불쑥 전화가 와서리 한 시간 이상을 킬킬거리며 떠들었습니다.
뭐 몇 달동안 전화 한 번 안하지만 바로 어제 만난 듯 그렇게 킬킬킬!!! 하면서 세상과 삶과 일상에 대해 나름 정의를 해놓고는 유쾌해 합니다.
출장 다녀오면서 친구가 색깔 고운 립스틱 하나를 사다 내밀었습니다. 비록 공항 면세점에서 무슨 색 살까 어쩌구 전활 걸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 사면서 나를 생각했을 마음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고맙게 받아줘서 자기가 더 고맙다고 하더군요. 하하.
지난 번에 올케가 보내준 작은 장미 화분에는 연분홍색 장미가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예쁘고 단정하게 피고 있습니다. 그걸 들여다보며 그래도 늙은 시누을 위해 보냈을 올케 맘을 생각해 봅니다.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오애도^0^
복 있을진저!!!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여~~
이 생에서 받는 복이 다른 생에서는 업이 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흠... 업을 치르고 덕을 쌓아야 하는데 이렇게 또다른 업을 지으면 안되지 싶습니다. ^^
모두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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