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게으름에 관한 소고!!!

오애도 2007. 4. 17. 09:53

거두절미하고 나는 게으른 인간이다. 물론 자랑할 만한 미덕은 결코 아니다. 아니 자랑은 커녕 부끄럽고 망신스러운 일이기까지 할 것이다.

뭐든 해야지 결심하고 실천하는데 그 일의 크기와 사소함의 차이에 상관없이 다섯번 쯤은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일이 코앞에 닥치거나 똥줄이 타야만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나는 물리적으로 상당히 느릿느릿한 인간이었는데-별명이 거북이... 달리기 뛰면 늘 꼴찌였고, 그것 때문에 운동회가 무서웠다-지금도 억척스럽고 바지런한 사람들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가히 존경스럽기도 하다.

운전을 못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 느릿함에 대한 공포라고 솔직히 시인한다. 누군가 나한테 그랬었다.

당신은 말야, 운전할 때, '사람이 지나가는군. 브레이크를 밟아야겠어...' 하고 밟고 나면 이미 사람은 치어죽었고 한 십미터 쯤 지나서 차는 멈출 거라고 했었다. 맞는 말이다.

머리파마나 얼굴 가꾸는 것에 덤덤한 것도 따지고 보면 소박함이나 수수함 따위를 선호하거나 외모알기를 떡으로 알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게으름의 소치인 것이다. ^^;;-쓰고 나니 무지하게 부끄럽군-

나란 인간은 물리적으로 순간적인 판단과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는 상당히 느려터진 인간이다. 뭐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사물과 현상에 대한 통찰까지 느린 것은 아니고 그저 물리적인 행동이 느릴뿐이라고 위로를 삼는다.

어쨌거나 얼마 전에 잘 본다는 사람한테 손금이란 걸 처음으로 봤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척!!! 보고 하는 말이 이런 손이 참 게으른 손입니다... 하고 민망한 듯 말했다. 난 당연히 두말도 안하고 네~~ 맞아요. 하고 냉큼 대답을 했었다. -으그,  자랑이다-

어쨌거나 그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손의 질감과 모양에 따라 삼베 무명 비단 뭐 이런식으로 분류가 되는데 내 손은 그 중에 비단이라는 것이다. 하여 비단 같은 일을 하고 산다는...ㅋㅋㅋ. 말하자면 손이 두꺼워야만 할 수 있는 육체노동같은 것은 팔자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이건 뭐 잘났다거나 어떤 것의 우월 따위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나는 그 쪽으로 상당히 무능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퇴비같은 걸 하기위해 풀을 베러가면 척척 잘도 베는데 나란 인간은 영 어설픈 것이 가관이었던 것이다.

다행이-??- 손으로 열심히 씩씩하게 일해야 하는 장사나 뭐 이런 일을 안 하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거 했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망해서 손가락 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지금 하는 일도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나마 봐줄만한 미덕은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했다하믄 아주 자알 대충하지 않고 꼼곰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한다는 것이다. ㅋㅋ 그리고 역시 포기하게 되믄 아주 깨에끗이 다시는 마음이 가지 않을만큼 포기가 된다는 사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면 그것이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결코 잊지 않고 이루어진다는 걸 난 안다. 그건 얼마나 감사한 팔자인가!!-

여하간 게으름은 악덕이다. 할 수 있는 것을 게으름 때문에 안 한다는 것은 벌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내가 뭐 이리 되는 게 없냐?? 하고 시비거는 일도 얼마나 가당찮은 앙탈인가!!

딱!! 하나 안 게으른게  있는데 궁금한 것과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나름의 노력이다. 별로 쓸모는 없는데 괜히 지극히 학문적인 학문-??-에, 그것도 전혀 전문적이지 않게 두리번거리면서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인가 하는 책을 읽다가 그런 걸 봤다.

용잡는 기술...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과 모든 시간을 들여 용잡는 기술을 배웠단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것을 다아 익혔을 때.... 문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쓸모 없는 배움에 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본다. 세상의 배움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친구는 차라리 학위를 따거나 하는 일에  힘을 쓰는 게 어떠냐고 종종 비난한다. 즐겁다는 이유로 지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도 알고 보면 게으름의 일종이라고.

맞는 말이다.

나 하고 싶은 일만 발빠르게 한다면, 나는 노는 일이 최고야 혹은 잠이나 퍼자는 게 최고야 하고 그거에 부지런해지믄 안되지 않겠는가?

흠.... 그럼 어떤 일에 부지런해야 하는가... 고민이다. 게으른 자로써...

1번 돈 버는 일.

2번 외모를 가꾸는 일.

3번 공부하는 일-신화의 구조주의적 비평같은 뜬구름 잡는 공부말고 구체적으로 학위나 뭐 이런 걸 따거나 실속있게 한가지 외국어만 줄창 해서 진짜 술술 말하게 되는 다분히 실용적인 것-

4번. 취미생활. 예를 들어 뜨개질이나 요리 퀼트를 전문적으로 배워 뭔가 일생에 도움되는 자격증이라도 따는 것

5번. 봉사활동이나 뭐 동호회나 모임 같은, 돈은 안 생기지만 좀 번잡스러운 것-흠... 이건 별로... 사람들 새로 만나 사귀는 일이 귀찮다-

 

아무리 봐도 마음이 확 땡기는 게 없다. 조금씩은 다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날 확!! 인생관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어찌 보면 나이 먹어가며 이전의 삶에 형태가 점덤 더 견고하게 굳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만 취하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게으름은 버리고 은근과 끈기와 나름의 세세함을 미덕으로 삼고 노력한다면 작히나 좋을까?

여하간 내가 '나'중에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고 경멸해마지 않은것은 바로 게으름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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