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원 다닌지 두 달째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배우는 것에 상당히 유능한지라 굉장히 즐겁습니다.
뭐 실력이 쑥쑥 늘어서, 나오지 않던 말들이 술술 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그 영어로 말하는 것에 느끼는 공포는 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뭘 배우기 위해 학원이라는 델 다녀 본 적이 없는 지라 굉장히 재미 있습니다.
어쨋거나 첫 날 갔더니 선생님께서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은 이름이 Nancy입니다.
이 낸시는 사실 만화 캐릭터입니다. 옛날에 코리아 해럴드인가 하는 영자 신문에 네컷으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하는 짓이 굉장히 엉뚱하고 재미있습니다.
미국 알라인데도 생긴 것은 상당히 한국틱-?-하게 생겼습니다.
검은 머리의 단발인데 꼭 우리 70년대 여자아이들이 하는 머리 스타일입니다.
게다가 가운데 커다란 빨간 리본을 틱 하고 달고 있습니다. 얼굴은 아랫볼이 퍼진 것이 이미지가 상당히 나하고 비슷합니다.
사실 내 컴퓨터의 커서에도 그 여자애의 머리가 졸졸 따라 다닙니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새로운 이름을 하나 더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름이 세 개가 됐습니다.
우선 주민등록상의 이름 오애도(吳愛道).
가끔 이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 메일로 옵니다. 본명이세요 하고 묻기도 하고...
이것은 울 아부지가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언젠가 아부지한테 어찌하여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이유는 없이 그냥 멋있어서 그리 지으셨다고 했습니다.-사실 이름 울 아부지가 지으셨다고하면 사람들이 아버님이 굉장히 멋있는 분이신가봐요 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내 이름 한 번 들으면 잘 안 잊어버립니다.
한번은 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마침 친구는 집에 없고 동생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대주고 전화왔었다고 전해달라고 했지요. 나중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동생이 그랬다는군요. 누나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사람이름 같지 않았어. 그래서 그친구는 째까닥 나인 줄 알았답니다. 참나...
하지만 울 아부지, 이름을 너무 세게 지어서 니가 팔자가 센가부다 하는 말씀을 가끔 하십니다. 무슨 팔자냐구요? 시집 못가고-??- 혼자 사는 것.^^
언젠가 사주를 보러 갔더니 이름 때문에 되는 게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장난삼아 아부지한테 슬쩍 얘기했더니 웬일로 맞어, 그럴지도 몰라,, 하시더군요.-다른 땐 사주 이런거 얘기하면 미신이라고 펄펄 뛰셨습니다- 그리고는 당장에 아부지 친구 분 중에 역학 하시는 사람한테 부탁해 새로 필명-?-을 하나 지어서 보내 주셨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오미경입니다. 그것이 두 번 째 이름입니다.
처음엔 새로 지은 이름은 자꾸 불러야 좋다길래 학원에서도 자기 소개할 때 오미경이라고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학생들한테 받은 편지 보면 죄 오미경 선생님께 어쩌구 써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름을 안 씁니다.
원래 그런데서 이름을 지을 땐 사주를 가지고 가서 오행을 따져 짓습니다. 없는 오행을 보충해 주거나 넘치는 것은 극하는 것을 넣거나 뭐 그러는 것이지요. 그 오행은 당연히 사주에 따라 다르지요. 그런데 울아부지 -그 당시에-내 나이 스물 아홉인데 스물 일곱이라고 하셨다는군요. 세상에...-난 줏어온 딸이 분명한겨!!^^- 결국 제대로 됐을 리가 없지요.
이름 지으면서 사주풀이를 같이 해서 보냈는데 그게 정말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그 이름은 생수 배달시킬 때만 씁니다.
그 당시 처음 생수 배달시키면서 오미경으로 이름을 댔거든요.
언젠가 한 번 여기 오애도네 집인데요 했더니 엥? 하고 놀라더군요.
그래서 아직도 생수아저씨한테 전화할 때는 그럽니다. 여기 오미경이네 집인데요... 생수 한 통 갖다 주세요...-쯧쯧 울아부지 거하게 식사대접하고 지어 받은 이름인데...-
그래도 평상시에 전혀 안 쓰는 이름이 생수를 배달시킬 때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그런 거 보면 그 이름도 내 이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오미경이라는 이름 댈 때마다 울 아부지 생각합니다.
그래도 잘 되라고 얼른 가서 새로 지을 때의 아부지 마음을 짐작해 봅니다.
그때만 해도 그런대로 건강하셨는데 말이지요.
어쨌거나 이름이란 것은 내 것이면서도 다른 사람이 훨씬 많이 쓰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이름의 주인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겠지하는 예의 그 미신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의미로 좋은 마음으로 불려지도록 애를 써야겠습니다.^^
옛날에 명자, 아끼꼬, 쏘냐 어쩌구 하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이름은 애도, 낸시, 미경 셋입니다. 혹 나도 그 영화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려나...
사족:그래도 성은 다르지만 똑같은 이름 가진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더군요.
우선 한 사람은 시인 기형도의 누이가 애도랍니다. 또 한 사람은 신문 어느 구석에서 본 것인데 조애도라고 합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좋은점. 아이디 만들 때 내 이 름 그대로 영어로-ohaedoh- 쓰면 한번도 거부당한 적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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