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달 쯤 전부터 종종 가슴 부분이 잠깐잠깐씩 콩콩거리며 두근거리거나 뭔가 욱신하고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혼자 짐작하기에 이게 심근경색 증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처음엔 무서웠다. 아픈 것보다 더 걱정이 되기도 햇는데 어느 날 숨도 못 쉬고 그냥 꼬까닥 죽는 게 아닐까 해서리... 사실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아무 준비도 대책도 없이 죽으믄 남아 있는 사람들이 황망해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과하게 달고 다니는 체중 때문에 혈관이나 심장이 드디어 손을 들고 데모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도 심하게 아프거나 자주 그러는 건 아니니까 술 마시는 것 줄이고 운동해서 살 빼는 나름으로 노력을 해 본다음 그래도 심해지거나 낫지 않으면 병원엘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지요. 다른 것도 게으르지만-??- 병원 가는 것은 더어 게으른 인간인지라 그러저러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심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놀라서 가슴 두근거리는 증세정도니까 -혹 갱년기 증세가 아닐까도 생각해 봤지만...-별 거 아닐거야.. 로 넘어갔습니다.
나란 인간이 어떤 사실에 대해 과하게 호들갑을 떨거나 푸파거리는 일을 원래 잘 못합니다. 그냥 자주 만나는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증세가 있어, 정도로 얘길 하면 당연히 욕만 직사하게 먹지요. 병원 가보라고....
어쨌거나 서두가 길어졌는데 오늘 아침 화장실에 가서 앉아 있는데 어???? 가슴부분이 훨 가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 보니 요 며칠 그 증세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여!!!!!
결론은 말이지요.
엊그제 샤워하다가 몇 십년만에 흘린 코피 생각이 불쑥 나더란 말입니다.
아하 그게 그런 거였나???!!!!
그 선명하게 붉고 묽게 잠깐 가슴과 다리를 타고내려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피가 이 증세의 액이었구나...
아마 그 피가 머리 쪽에서 터졌다면 왠지 이 나이에 반신불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코피를 터뜨린 것은 한 이십년 전 쯤, 십년 넘게 달고 다녀서 울엄니의 만성 골치거리였던 동상 치료를 위해 침을 맞다가 흘린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때 거짓말 안 보태고 검붉은 피를 한 대접 코에서
쏟았는데 내 생애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려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땐 몰랐는데 그 이후 20년 가까이 달고 다녔던 3도 동상은 나아 지금은 그렇게 아팠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못할 만큼 토실하고 희고 고운 손이 됐습니다.-내가 자랑할 것 없는데 정말 손만큼은 어디 내놔도 튼튼하고 곱다. 어쩌면 고생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내 삶을 누가 알겠는가!!!^^;;-아마 그 20년 동안 흐르지 못했던 검붉은 손 만큼이나 내 인생도 신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가벼워진 가슴을 깨달으면서 든 생각이 뭐였냐면, 누군가에게서 나는 분명 말할 수 없이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구나였습니다. ^^;; -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울아부지 감사합니다. 나쁜 짓 안하고 살겠습니다!!-
쌓아놓은 돈도, 좋은 자동차도, 자상한 남편도, 똑똑한 새끼도 없지만-많기도 해라!!-어딘가 아주 나쁘게 세상 저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흠... 그런데 가진 것을 찾아보니 뭐... ^^;;
하여 오늘 아침 문득 지금 흘러나오는 비지스의 You Win Again을 듣고 있자면 저절로 불쑥불쑥 어깨가 들썩거려집니다. -사실 이런 증세는 종종 나온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세상은 만만해보이고 햇살 가득 받으며 발밑으로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당연히 어느 날은 태산같은 벽앞에 서 있고 어두컴컴한 안개속에서 헤매는 기분이 들 때도 물론 있다.-
결론은 게으름 피우지말고, 부지런히 일하고 운동해서 무거운 몸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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