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날입니다.
학원 가는 날이 휴일 걸리면 그야말로 직장인들 보너스 휴일만큼이나 즐겁지요. 원래 남들 다아 쉬는 토요일하고 일요일에 일을 하다보니 휴일 개념이 희박해졌는데 이렇게 화요일이나 목요일이 공휴일이 걸리면 진짜 휴일 같아요.
원래 출근도 늦은 주제에 이상하게도 이런 날은 괜히 늦잠을 자도 좋을 것 같고, 깨고 나서 잠옷바람으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책도 읽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느즈막하게 일어나서는 실실 늦은 아침 밥을 챙겨 먹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늦게까지 뒹굴거리다 일어나는 시간이나 평상시에 일어나는 시간이나 별 다를 게 없는데 마음은 굉장히 여유작작입니다. 하하.
방학동안 아니면 어차피 출근 시간은 세 시 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겨울 방학동안엔 수업이 죄 낮에 몰려서리 일주일에 나흘 정도는 정상적인 인간처럼 일곱시쯤 일이 끝나서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곰실거리며 바느질을 하다가는 친구 만나러 털레털레 나가는 날들이었습니다.
오늘부로 방학은 끝났고 이번 주말부터는 다시 평상시 생활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일도 일없는 날이니까 이래저래 연휴입니다. 어제도 수업이 두 시 즘 끝나서리 어딘가 시일 여행이라도 갈까 하다가 그냥 주저 앉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퀼트하우스에 들러 빨강색 천 두 가지 사다가 하트 리스를 만들었습니다. 총 만든 하트가 열 세개... 여섯 개 씩 들어가니까 하나가 남아서리 화장대 위에 두고 폭신폭신하게 만지고 놀면 재밌습니다. 솜이 모자라서 다 하진 못하고 하트만 잔뜩 만들어 쌓아 놓았습니다. 초록색 천으로도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ㅋㅋ. 나일 먹은 게 확실한 것이 자꾸 원색이 좋아집니다. 그야말로 볼드한.....
새로 만든 하트입니다.
솜이 없어서리 세 개만 완성... ㅠㅠ
작은 방의 책상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바느질을 하고 있자면 말 할 수 없는 평온과 평화에 감사한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납니다. 내 어깨 주위를 떠도는 따뜻하고 몽실한 공기 뭉텅이를 실감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넘어져도 거기에 쿠션을 깔아줄 것 같은......-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울아부지 조상님 감사합니다. ^-------^ -
어제는 한참만에 머릴 잘랐습니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이상한 인간인지, 학원에서 수업 하다가, 에고 이발 해야 하는데... 하고 말했더니 애들이 킬킬대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왜 웃냐?
선생님 되게 웃겨요. 여자가 무슨 이발이예요. 클클
흠... 이런 세상에...
때로 말은 그 사람의 사상과 마음의 모양을 드러냅니다. 나한테 아마 머릴 자르는 일은 '이발'의 개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이발소에서 머릴 깎았던-이렇게 말했을 때도 애들이 웃었다-기억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뭐...
여하간 아침에 거울에 비친 내 머리카락을 보니 심하게 까맣습니다. 흰머리 하나 없는데-대신 머리 숱도 없다-내 친구는 머리 나쁜 사람이 머리조차 안 쓰면 흰 머리가 없다는데 과연 그런가!! 생각해 봅니다. 흠...... 오히려 어릴 때 종종 새치가 등장했었는데 지금은 저언혀...
아마 울엄니의 콩가루와 밥에 넣어 먹는 검은콩과 정말로 단순하게 세상일은 다아 잘 될거야. 이렇게 살다가 자알 죽게 되겠지. 난 가진 게 너무 많아. 따위로 생각하는 단세포적인 사고체계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ㅋㅋ-허긴 머리 숱도 없는데 거기다 흰머리까지 솟아나면 가관이겠지. 그런 의미로 하느님은 공평하시다-
여하간!!!
즐거운 휴일 한낮입니다.
점점 집에서 건들거리는 것이 더어 좋아집니다. 마약처럼...... 원래도 집안에서 몽그작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러다 방콕 폐인 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 뜯지 않은 맛있는 과자 봉지는-내일- 더 있군요.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초록색 하트리스나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김영모빵집에 빵이나 한 봉다리 사러 갔다와서 말입니다.
행복하십셔~~
사족:
시리즈 2
조금 전에 가서 사온 샌드위치입니다. 밥 좋아하는 나는 청국장 하나 끓여서 밥 먹는 걸 훨 좋아하는터라
집에서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일 년 가야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지경인데 느닷없이 샌드위치를 사고 말았습니다. 크로와상 샌드위치랑 -이건 이름 모릅- 저것 중에 추천을 부탁했더니 저걸 추천해 주더군요. 빵이 좀 독특했고 그런대로 야채도 신선... 햄, 베이컨, 양상추 피클, 오이, 그리고 유럽식 슬라이스한 치즈-이름 모름- 그리고 빵에는 올리브가 박혀 있었다는....
물론 다아 못 먹어서리 먹다 싸 놨습니다. -아마 밥이었다면 안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또 사 온 것은
생크림 마늘바케뜨...
저거 무지아게 느끼하고 달달함. 친구 집에 갈 때 사 들고 간 적은 있지만 나 먹자고 산 적은 없었는디 괜히 하나 사기 뻘쭘해 사 왔습니다. 달거리 근처라 먹진 않는데 이상한 게 땡긴다는... 사긴 샀는데 별로 안 땡겨서 금방 먹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이따 저녁에 블랙 커피랑 먹어봐야지요. ^^
그리고 이것은 미완성의 하트 리스......
두 개 만들려고 모두 열 두개의 하트를 꿰매 놨는데 이런!! 나중에 재단해 꿰맨 것두 개가 방향이 잘 못되서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좌우가 뒤집혀버렸다는...
초록색도 재단해 놨는데 이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주저리 투!!!
조용하고 한가하고 평화로운, 서녘 하늘로 해가 뉘엇거리는 시간이군요.
바느질이나 다시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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