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그리고 종일 뉴욕의 무역센타가 주저 앉는 화면을 보았습니다.
어떤 영화장면이 그처럼 극적이고 생생한 장관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느 소설 속에서 읽었던 고요하면서 비장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너희는 무너져 갈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무너져 갈 것이라고...
새벽 어둠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듯한 문장의 울림에 설명안될 불안함과 우울함을 느꼈었습니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것도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피조물에 의해 신이 배신당햇듯이 인간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들에 의해 소멸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닌지...
그 무덤위에 다시 건물이 지어지겟지요.
그리고 다시 그 위에서 측량할 수 없는 죄들을 지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적과 신념을 위해서 삽니다.
어떤 신념이 혹은 어떤 목적이 그런 끔찍한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일까요?
무너져내리고 주저앉는 건물만큼이나 인간으로 태어난 절망스러움과 우울함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폭력의 원시성을 보는 듯 합니다.
목적을 위해 상관 없는 존재를 희생시키는 짓은 짐승의 세계에는 없겠지요.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구요?
맞습니다.
이기심과 그에서 비롯된 잔인한 폭력따위는 짐승에는 결코 없는 일일테니까요.
무너지는 기계문명의 오만함과 무너지는 인간의 분별력과 무너지는 인간에 대한 뭔지 모를 애정 때문에 마음까지 무너지는 하루입니다.
건물을 향해 날아들던 비행기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단말마적인 비명이 들리는 듯 해 밤새 뒤척였습니다.
빛나는 가을 하루의 중간에서 먼나라 일이라고 난 너무 편안한 듯 해서 또한 마음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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