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비 오는 날...

오애도 2006. 7. 4. 12:28

옛날에 어른들은 그러셨지요.

아무리 기인 장마라도 중간 쯤 빨래 말릴 날은 끼었다고 말입니다.

아마 어제 그제가 그런 날이었던 것일 겝니다. 며칠 꿉굽했던 집안이 제법 포실거릴 무렵 다시 비가 내리는군요.

40년 쯤을 살아보니 -어릴 때 뭣 모르고 지나가던 시간 빼고도 30년- 늘 맞는 장마나 늘 맞는 여름이나 봄 혹은 겨울 같은 계절의 속성과 그 안에 담긴 낱낱한 진리 같은 게 뻔이 들여다보이는 혜안이 생기는 걸요. ^^;;

그것은 꼭 오랫동안 느을 같은 길을 걸어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어디쯤 무엇이 있고 어디쯤 무슨 꽃이 피어있고 어디쯤 산딸기가 열리는 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여 이맘 때 쯤 계절은 어떤 얼굴로 지나가게 될지 나름의 짐작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드디어 한 해를 한꺼번에 아우르며 볼 수 있는 통찰력이 비로소 생긴 것입니다.

 

모처럼 작은 방 창문을 열어놓고 후둑거리는 빗소리를 듣습니다. 제법 밝은 걸 보면 갑자기 대나무같은 비는 안 쏟아질듯 싶습니다.

오늘같은 날은 다림질을 하면 아주 좋을 것이고 속옷을 삶아 자알 헹궈 찬물에 담가 놓으면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청소를 해도 먼지가 덜 일 것입니다.

물론 머릴 감으면 주저앉기 십상이고 새로 꺼내 입은 속옷은 눅눅할 것이며 수건도 전혀 포실거리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끈적이지 않으면 우산 쓰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도 좋고, 햄버거 하우스에 들러 창가쪽에 앉아 밖엘 바라보며 불고기 버거랑 콜라 시켜놓고 먹는 것도 나는 좋아합니다. -흠... 이걸 쓰는 동안 잠깐 햇빛이 반짝 났습니다.-

백화점에 가서 아이쇼핑하는 것도 재밌고-요즘 세일 기간이군- 우산쓰고 양재천의 푸르디 푸른 길을 걷는것도 괜찮지만 사실 컨디션제로.. 입니다. 흑흑-달거리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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