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영화이야기...네번째... [어 퓨 굿맨] 탐 크루즈는 멋있어!

오애도 2001. 7. 21. 18:59

어제 낮에 EBS에서 하는 영화 어퓨 굿맨을 봤습니다.
데미 무어와 탐 크루즈와 케빈 베컨과 잭 니컬슨이 나왔지요.
몇번인가 티비에서 했지만 대충 대충 본 것을 이번엔 꼼꼼이 앉아서 봤습니다. 그리고 더빙이 아니고 자막인지라 잠깐 눈을 돌리면 대사를 놓치기 때문에 화장실도 참아가며 봤습니다. 그리고 보면 어떤 면에서는 더빙도 괜찮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도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에서야 깜깜한 데서 눈은 화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집에서는 산만해지거든요.
이 영화는 군내에서 일어난 범죄 행위와 그것을 파헤치는 어퓨 굿 맨-몇몇의 좋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작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혹 행위로 죽은 사병을 둘러싸고 감추려는 집단과 파헤치려는 소수들과의 싸움입니다.
음,액션영화나 아니면 스펙터클한 영화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겠지만 나는 이런 것이 딱 내 취향입니다. 머리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고 가슴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는데 이건 머리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 머리로 좋아하는 영화중에 가장 감동적인 영화가 바로 JFK였습니다. 그 날카롭고 지적인 법정 공방이라니......가슴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마음의 행로' '잃어버린 지평선' 같은 영화구요.
각설하고 역시 이영화의 핵심은 잭 니콜슨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오는 장면도 얼마 안됐는데 그의 힘은 대단합니다. 그 배우야 어떤 역을 맡아도 딱 그 자신 같아 보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그 광기에 가까운 눈빛을 보면 진짜처럼 느껴져서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우우 무서버서리...- 탐 크루즈는 늘 그렇지만 잘 생긴 외모가 연기를 가리는 대표적 배우니까 연기를 안 보고 매력있는 외모만 침 질질 흘리며 보고 말았습니다. 데미 무어는 군복이 잘 어울리더군요. 글래머인 몸매도 잘 감추고 사랑과 영혼의 청순한 이미지도 잘 감추고 남자들 틈에서 균형을 잘 잡아 주더군요-순전히 그런 역할로 등장한게 아닌지 모르겠네요.남녀 균형- 케빈 베컨은 어떤 땐 괜찮아 보이다가 어떤 땐 영 싫게 나와서 헷갈리는 배우입니다. 여기서는 날카로운 군 검사 역인데, 내가 딱 좋아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마지막 잭니컬슨을 체포할때 그가 불러주는 미란다 선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난 차가운 이미지의 남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텔레비젼에서 보는 영화는 오래 전부터 봐 왔던 습관 탓에 묘한 향수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영화관에도 쉽게 갈 수 없었고-돈이 없어서- 비디오는 더구나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주말이면 졸린 눈 비벼가며 보던 감흥 말입니다.
 나는 지금도 극장에서 영화를 볼때는 이상하게 가슴이 뜁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하는 광고도 애틋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한 뉴스의 아나운서 목소리나 애국가가 나오면 일어서는 행동 같은 것들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누가 뭐라든 그때 영화를 보는 행위는 분명 일상적인 사건이 아닌 그야말로 특별하고 행복한 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으로 그리운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