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네버 엔딩 스토리??

오애도 2006. 1. 27. 01:26

지난 금요일 에이 에스 보냈던 컴퓨터는 어제 들고 왔습니다.

다시 포맷을 해야한다 어쩌구 하길레 그냥 들고 오십셔~` 했습니다. 아쉬운대로 쓰다가 새봄이 오면 바꿔야겠습니다.

사실 대충 이렇게 쓴다고 해도 뭐 과히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한참 전 소위 피씨통신 시절부터 인터넷을 했던 터라-그때는 인터넷 도구가 익스플로러가 아니었고 넷스케이프였다!!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일은,  블레이드 러너 홈에 들어가 문서파일인 오리지널 시나리오 다운 받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렸었다. 지금은 단 10초도 안 걸릴걸!! 더 빠른 것, 더 편리한 것.... 하여 더업그레이드 된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것들은 그리하여 쓸쓸하다.- 지금처럼 적당히 느린-정말 느린 걸까??-인터넷 환경도 그때에 비하면 백 배 혹은 천배쯤 빠릅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고 빠르고 빠르게를 질병처럼 외칩니다. 잠깐의 컴퓨터 부팅 시간도 어찌 보내야 할지 불안해 하며 다다다 자판을 두드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종종 소름끼치게 무서운 속도증후근을 읽게 됩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하면서 우리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렇게 점점 빨라지는 기계문명의 혜택 속에서 우린 남는 시간을 또 다른 속도의 세계 속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상호작용이 제거된 사각형의 괴물과 마주 앉아서 접접 왜곡되고 과장되고 또한 포장된 비주얼 대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점점 청각에 의존한 대화보다 시각에 의존한 문자대화에 익숙해진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자와의 대화입니다. 독서가 주는 숙고와 상상에 비해 화면에서 읽는 문자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감각적인 그림-??-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나가 있는동안 나는 모두 일곱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틀에 세 권 정도의 양이었지요. 문득 허영기가 다분했지만  오래전 없는 돈에 책부터 샀던  다독과 남독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읽기'만 하고 '깨닫지' 못했던 책들을 다시 읽거나 새로 사거나 하면서 읽고 있던  삼국지 중간중간 읽어 치웠습니다. 삼국지는 이제 5권째를 읽고 있습니다. 삼고초려와 삼분천하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엊그제 내가 천재소년이라고 부르는 알라 수업을 하러 갔었습니다.

'내가 삼국지를 읽고 있다'

'어떤 거요?'

'이문열의...'

'어디까지 읽으셨어요?'

'원소와 원술 뭐 원씨네  집 망하는 것까지...'

'원담이랑 원해 뭐 그런 애들 싸워서 그랬지요. 그 다음 삼고초려와 삼분 천하가 나올것이고 사마휘와 제갈량이 나올겁니다'

'너 읽었냐?'

'만화로요'

켁!!!!

'만화는 읽었다고 하는게 아니라 본다고 한다. '리드(read)가 아니라 저스트 '룩(look)'오아 '와취(watch)' 아니냐? 만화 본 걸로 읽은 척 하지 마라. 건 그렇고 그 원씨네 망하는 거 말이다. 지들끼리 뭐하는 거냐. 자중지란...'하는데

'한 마디로 자중지란이지요'

자중지란이라는 말에서 나와 동시였습니다.

찌찌뿡.... 후후.

'훌륭하구나'

내가 칭찬했지요.  이제 열 네살인 아이와 선생의 대화에서 상황을 판단하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말이 나오다니...

 

'제가 책을 샀어요'

보여 주는데 하드카버로 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딴에는 좀 대단하단 소릴 듣고 싶었겠지만 누구를 막론하고 비판과 칭찬에 나는 늘 정확하려고 애씁니다. ^^;; 당연히,

'애덤 스미스는 심하다. 이눔아. 코스모스는 그런대로 너한테 흥미 있겠구나. 어쨌든 국부론은 허영이야. 게다가 책값도 비싸잖냐'

'그냥 읽어 보려구요'

'읽고 뭘 느꼈냐?'

'분업의 효율성이요'

'너 설마 그 핀 만드는 분업의 예를 들려는 건 아니지? 그거 국부론 원전 안 읽고도 인구에 회자되는 얘기다. 읽고 독후감 써라...'

'담엔 자본론을 읽을라고 했는데...킬킬'

했다가 나한테 둘둘 만 책으로 한 대 얻어맞았습니다.

'그럴려면 헤겔서부터 읽어야지 이눔아...킬킬'-근데 이 사람들이 뭔 관계가 있긴 있는 거 같은디...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ㅎㅎ-

어쨌거나 나야말로 국부론을 읽어야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ㅋㅋ

 

'애야.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단다. 많이 안다고 해서 많이 깨닫는 것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글-여기선 논술-은 아는 걸 쓰는 게 아니라 느끼고 깨달은 것을 쓰는 거거든. 아는 것만 말하거나 써 놓은 것은 먹은 걸 그저 토해 놓은 것과 뭐가 다르냐? 그런 것은 감동과 공감대신 혐오감을 줄 뿐이다. 또한 어려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더 많이 알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마치 도금과 같아서 보기엔 그럴 듯 하지만 벗겨지만 아주 흉한 걸. 사소하고 작지만 깨닫는게 중요하다구!!'

 

하지만 나는 압니다. 그아이는 청출어람할 것임을...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 아이 집을 나서면서 뿌듯함에 가슴이 뻐근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부론 때문이 아니라 자중지란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재채기에 휘둘리는 걸 보니 오랜만에 감기님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초기에 잘 잡아야겠다고 약 먹었다가 초저녁에 잠깐 자고 일어났습니다.

늙나 봅니다.

초저녁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자고 어슬렁거며 한 밤중에 깨어나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침대에 엎드려 문자와 씨름을 하거나 괜히 되도 않는 망상에 뒤척입니다. 

 

일상의 양상에는 살아가는 때가 있고, 살아지는 때가 있고, 살아내는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 세가지 양상에서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한참만에-??-얘길 하다보니 주저리주저리가 된 듯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처럼 통일성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

 

명절 밑입니다.

저는 낼 시골 갑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구,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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