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에서 뒹굴었던 날입니다.
아니, 해 지고 슬슬 수퍼엘 갔으니까 뭐 꼼짝을 안 한 것은 아니군요.
새해 소망이 첫째가 몸무게 줄이는 것이 둘째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갈게 살자는 것이었는데 어쩌자고 오늘은 더~ 늦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마지막 날에 침대 매트리스를 -라텍스!!-새로 샀습니다.
나란 인간이 원래 어느 것에는 한없이 무심한 터라 꽉찬 10년을 쓴 침대 매트리스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조차 못잡고 있다가 어디선가 라텍스 매트리스에 관한 걸 보고는 내 침대에 앉아 보니 그만 스프링이 다 되서 쿨렁거린다는 걸 느낀 것입니다. 게다가 그 침대는 한참 전에 침수의 경험까지 있었던데다 거의 쌀 한 가마 무게를 날이면 날마다 얹어 놓고 감당했으니... 흠...
어쨌거나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한참을 벼르다 사서 마지막날 배달이 온 것입니다.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늦어져서 알라들 수업 중에 배달을 온 터라, 일단 방에 들여놓고 수업 끝난 후 알라들 보내놓고 본격적으로 침대를 설치-??-했지요. 프레임은 그대로 두고 매트리스만 구입했던 터라 일단은 먼젓번 것을 내려놓고 침대 밑 먼지를 제거한 후 새로 산 걸 올려 놓으려 하니 아뿔싸!! 어찌나 무겁던지요. 전에 쓰던 것은 기냥 싱글 이었고, 새로 산 것은 수퍼 싱글이었는데 그야말로 수퍼하게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프레임은 작지, 몇 달째 고생중인 엘보 탓에 힘은 못 쓰겠지... 간신히 올려놓고 나니 기운이 쪼옥 빠졌는데, 내가 늙었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예전엔 혼자서 침대도 이리 돌리고, 장롱도 끌고 해서 방 구조도 자주 바꿨건만.... 에효효!!
분명 먼저 사서 쓰던 친구말로는 기존의 스프링 매트리스보다 훨씬 가볍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침대 프레임이 작아서 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사실은 프레임도 뽀개지고 있다. 흑흑. 어째 나란 인간은 사물의 내구성에 관해 그리 무심하단 말인가...- 그리고 맞는 매트리스 커버가 없는 탓에기존의 것을 씌웠더니 꼴은 이상하지만 침대밑 먼지도 털어내고 해서리 기분은 좋았지요. 다 끝내고 자정 훨씬 넘어-자정부터 시작해서 종일 새해인자 문자 메세지 홍수였다. 난 내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음. 보험회사나 뭐 이런 데도 있고, 문제는 이름 안 밝히고 보낸 것은 누구인지 모른다는 비극이... 흐미!!- 업치락 뒤치락-어깨랑 팔이 아파서-하면서 자고 일어났더니 사상 초유의 늦잠이 되고 말았습니다. 울엄니 말씀으로는 새해 첫날 늦잠을 자면 일년 내내 늦잠을 잔다고 햇는디...
여하간 아침에 일어나 쓰던 매트리스를 질질 끌어 밖에 내놨는데 세상에!! 이건 거의 매트리스의 형상이 아니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새것 앞에서의 오랫동안 써 왔던 것들은 갑자기 빛을 잃고 초라하다 못해 처참해 뵈기까지 합니다. 나란 인간이 워낙 무심한 터라 신발따위도 새로 사기 위해 신발가게에서 새 신발을 신어볼 때 비로소 내 신발이 얼마나 낡고 망가졌는가를 깨닫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 애인이나 뭐 이런 것도 새것-??-이 생기믄 먼저 애인은 당연히 보잘것 없어지는걸까. ㅋㅋ- 사물들은 오래 쓸수록 더 빛나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망가지거나 부서져 처참한 꼴이 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나이 먹으며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하여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종일 화장실과 부엌 청소를 하고-방청소는 전날 다 했음- 묵은 빨래도 하고, 저녁에는 따뜻한 밥에다 들기름 발라 구운 김하고 먹고는 기운을 냈습니다.
수퍼에 들러 야채도 사고 과일도 사고 해서 역시나 무겁게 낑낑거리며 들고 오다가 드는 생각!! 이럴 때나 침대 매트리스 따위 옮길 때는 확실히 남자가 있어야겠군.하하하
어쨌거나 새 해의 시작입니다.
새해라서 하는 결심은 아니지만 가장 당면한 문제는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저 지금처럼만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여러가지를 원하면 욕심일테고 그저 지금처럼이면 됩니다.
비록 무거운 매트리스 따위 옮겨줄 남자도, 무거운 시장 봐서 척 싫고 올 자동차따위도 없지만 뭐 ...
엘보로 고생은 하지만 몸도 건강하고, 울엄니도 씩씩하게 건강하시고, 크게 문제 없이 형제들 잘 살고 있고,-어디 있는지 모르는 막내 녀석만 빼면-. 묵어서 더 좋은 친구들도 옆에 있고,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고 착하고 예쁜 알라들만 잔뜩 신나게 가르치고 있고....
그냥 몸무게만 좀 줄여서 가볍게 살면 될 듯 싶습니다. 하하하
행복하십셔!!! 새해...
그냥 별 것 아닌 것도 내 것이면 다~~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 제가 가진 미덕입니다. 어찌보면 좀 모자라 보이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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