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문상...

오애도 2004. 3. 5. 17:06

아침 나절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아는 이의 부친께서 돌아가셨지요.

눈 내려 질퍽거리는 길을 친구와 함께 갔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도 오래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도 울아부지 재작년 이맘 때 돌아가셨고...

경험은 그래서 무서운 것!!

그것이 비록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도 공유하고 있는 경험이 같다는 사실로 소근소근 조근조근 각자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병원까지 걸었습니다.

 

예전에...... 설마 내게 교통사고가 나랴, 혹은 내게 죽음 따위가 오랴하고 믿는 것처럼  감히 부모님의 죽음 같은 것은 언제나 남의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무서웠지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생각만으로도...

지금 울아부지 돌아가셨고 나는 살아있습니다.

언젠가 울엄니도 돌아가실 것이고 또 언젠간 형제며 친구며 하나씩 죽어갈 것이고 그렇게 나 살아있는 동안은 하나 둘 이별을 할 것입니다. 나 살아있는 동안은....

 

내가 죽으면 그것은 또한 형제의 죽음일 것이며 친구의 죽음일 것이며 혹 내 자식에게는 어무이의 죽음일 것입니다.

 

죽음이 주는 숙명적인 이별은 그러나 생각보다 그리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자는 살아가고 죽은 자는 말없이 누워있는 것이겠구요.

 

이상하게 울아부지 돌아가시고 다시 못본다는 절절함에 앞서 어딘가 여전히 아버지는 아버지로 존재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게 아마 흔히 말하는 마음 속이라는 걸 겁니다.

 

 나는 그렇게 나일 먹어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렇게 내앞의 삶을 살아내신 분들을 하나 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보는 일이 잦아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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