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 택배가 왔다.
어제 종일 기다렸는데 안 와서리 머리끝까지 화났었는데 오늘 일찍 온다는 약속 밥먹듯 깨고 결국 여기저기 전화하고 붕붕거려서 간신히 받았다. 나이 먹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이 되 가는가? 경우 없는 일에 가만 안 있는 일이 너무 잦다.
어쨌거나 늘 그렇지만 구석구석 채워넣은 것들은 언제나 눈물겹다.
자그만 풋배추나 무우 한 개, 한 보시기밖에 안 될 총각김치... 고추절임, 깻잎절임, 늘 먹는 검은 콩가루며 들기름.... 삶은 시래기, 어디서 뜯었는지 한 주먹밖에 안 될 푸르디 푸른 냉이...
김장김치와 나 좋아하는 물김치 봉지 사이사이에서 나온 것들이다.
주는 것과 받는 것에서 난 받는 것에는 늘 미숙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받는 것은 늘 황송하고 감동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어머니한테 받는 것에는 꽤 익숙하다. 내 어머니의 주는 것에의 감동에 비하믄 내 감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닐까?
시험 막바지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대충 지옥-?-은 지나갈 것이다.
덕분에 목이 맛이 갔다. 이런...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도 늦은 시간 꽝광 얼어붙은 골목을 걸어와 따뜻한 내집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읽어야할 책, 봐야 할 신문, 먹어야 할 맛있는 밥, 종류별로 갖고 있는 차, 절대로 혼자는 마시지 않는 술도 있다.
그리고 거기엔 '나'가 있다.
나는 늘 '나'와 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은 무능해도 나는 '나'와 노는데 있어서 대단히 유능하다.
그리고... 엊그제, 오래 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느닷없이 불쑥 전화를 하거나 틱!! 문자 메세지를 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다.
그 친굴 보면 흔히 말하는 성공이란 게 단순하게 운 좋아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란 걸 실감한다.
성실함과 따뜻함, 사려깊음, 근면함 그리고 좋은 두뇌... 같은 것들의 조화... 내가 부러워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서 음...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소릴 듣던데 그렇다면 나는?? 물론 아니다. ㅋㅋ.
뭐 그렇긴 해도 갸는 재수없어.. 뭐 이런 소릴 듣고 살진 않는다고 자부한다. 아닌가??
누가 뭐라든 좋은 친구란 어떤 형태로든 서로를 고무한다. 할퀴거나 비틀거나 재지 않고 말이다.
반면에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유쾌하지 않은 안부도 있었다. 그래도 한 때는 내 일상의 기쁨이기도 했었는데......ㅎㅎ
어쨌거나 세탁기 급수용 수도가 새서 물바다가 되기도 했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있었고, 여전히 엘보로 고생을 하고 있고, 그리고 부지런하게 알라들도 가르쳤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대신에 먹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뭐 산다는 게 이쯤이면...
그리고 언제 쯤 뜨개질을 시작할 것인가 고민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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