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울아부지.. 그리고 아픈 배...

오애도 2003. 3. 19. 08:13
작년 이맘 때 의정부에 사는 친구한테 다녀왔었습니다.
종일 잘 먹고 잘 놀다가 저녁에 보쌈을 시켜먹었습니다. 그 보쌈에 딸려온 생굴 몇 개를 집어먹고 근 한달여를 무지 고생했었습니다.

나는 바다 없는 충청도 내륙생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래도 가장 자주 먹었던 생선이 갈치나 고등어 자반 아니면 겨울에 동태정도 였습니다.
당연히 익히지 않은 생선을 먹는 일에는 미숙함과 거부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절대로 한번도 생굴을 일부러 집어먹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날 나는 그 별로 싱싱해뵈지도 않은 생굴을 싹싹 집어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내 며칠을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약국에서 무수히 많은 종류의 약을 사다 먹었습니다.
괜찮았다가 다시 도지고 다시 도지고...
그러다가 울아부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부지 장례식 치르러 내려가서도 여전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급기야 소복입고 장례식장 속해 있는 병원에서 진료 받고 약 먹고 그것도 한참후에 겨우 나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우짜다가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면서 가리비 딱 하나를 날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도 어제 지난 해 갔던 의정부의 그 친구집엘 갔습니다. 그 집에서 스멀거리는 아랫배의 불쾌함을 시작으로 서서히 작년 이맘 때의 증상과 똑같은 증상이 생긴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저분한 지하철 화장실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지금 역시 불쾌한 아랫배와 느글거리는 웃 배를 끌어 안고 이것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해 그 친구집에 다녀온 후 사흘 만에 울아부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양력으로는 바로 오늘입니다.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아부지가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 나타나셨습니다. 으스스 프스스...

이상합니다.
작년 이맘 때하고 똑같이 나는 아랫배를 앓습니다. 날짜도 상황도 증세도 똑같습니다.
다만 먹은 게 생굴에서 가리비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배를 앓으면서 나는 울아부지를 생각합니다. 바로 그날 아침 아부지는 혹시 막내녀석이 거기 있냐며 전화를 하셨었고 그것이 내가 들은 아부지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음력으로 치렀던 첫번째 기일보다 내게는 그 양력으로써의 날짜에 있었던 선명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날이 밝으면 병원엘 가봐야겠습니다.
그러나 왠지 하루나 이틀 상관으로 나을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마치 아이 여럿을 낳은 엄마가 그 아기 낳았던 날짜 무렵이 되면 유달리 낳을 때 고생했던 부분이 아픈 것처럼 그렇게 울아부지는 내게 당신을 상기시키고 싶으셨던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