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비오는 월요일. 그저...

오애도 2002. 12. 16. 13:05
드디어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어제까지 몸이 바빴고 마음도 바빴습니다.

그만두기로 날짜 정해놓은 학원일도 그렇고, 어쩐일인지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는 일도 만만찮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발작처럼 자주 아팠습니다.
그냥 길거리에서도, 가만히 누워 자다가도, 식당에서 밥먹다가도 으윽하며 온몸이 바들거릴 정도로 말입니다.
무슨 죽을병 걸린 줄 알았거든요. 병원엘 가 보진 않았지만 뭐 이번 감기의 주된 증상이라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밤들은 늦게까지 사람 만나는 날 아니면, 정말 짐승처럼 침대 위에서 오랫동안 오랫동안 쿨쿨 잤습니다.
믿어지지 않을만큼 쉽게 잠에 떨어져서 그것도 병인것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지금 곰곰 생각하니 12월이니까 한 해의 고개넘기 병치레가 아닌가 합니다.

1년 다닌 학원은 정말로, 만 1년만에 어제로 끝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죄 예쁜 알라들이라서 징크스를 실감합니다. -좋은 사람-알라-들과는 금방 헤어진다-

이것저것을 생각하느라 머릿속은 좀 복잡합니다.
뭔가 다른 일을 해 보고 싶거든요.
머리 단순한 육체노동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한달 오십만원으로 살아도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같은 걸 다시 들어가 철학이나 사회학같은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연말이면 늘 하는 생각^^;;-시골가서 울엄마랑 여섯 달만 살다 왔으면 그 역시 좋을 것 같습니다. 열 다섯 살 이후로 울엄니랑 살아본게 무릇 언제인지... 다른 친구들은 가끔 엄마하고 싸우고 삐진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날들이 있을런지...-내가 성질 더러브니까 당연히 있겠지요-
모처럼 있게 된 휴일들인데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싶은데 연말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자 그렇긴 하지만 오늘 당장은 그저 몸도 마음도 널럴한 월요일입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또 역시 당분간은 짜잘한 약속이며 해야할 일들이 잔뜩 있습니다.

이러저러하게 어영부영 12월이 가겠지요.
뭐 100리는 가는 사람은 90리를 반으로 잡는다는 속담이 있던데, 꼭 12월은 들어서는 순간 반이 지나간 듯 한 걸 보면, 시작이 반인가요?^^
회자정리(會者定離)랑 거자필반(去者必反)처럼 모순과 역설과 대조의 속담미학-????-인걸요.

뭐 그렇긴 하지만 세상이거나 삶의 양상이라는게 한 두마디의 금언같은 걸로 정의된다면 사는 것도 얼마나 만만할까요?-가만, 웬 횡설수설?-

창밖이 컴컴합니다.
사흘 전에 어찌나 심하게 앓았는지, 잔뜩 콧속이며 코밑이며 입가에 열꽃도 아닌 것이 붉은 병덩어리가-??-뭉쳐 있습니다. 이게 다 녹아 없어지면 드디어 나도 씩씩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후후.